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1% 증가했다. 증가율은 1995년 3분기 이래 30여년 만에 가장 높다. 실질GDP 성장률(전년동기비) 3.8%와 차이가 크다. 보통 명목-실질성장률 격차는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일 때가 많은데 이번은 달랐다. 국내 물가보다는 수출 단가 상승이 배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물가 변화를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1981년 3분기 이래 최고 수준인 12.9%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수 디플레이터가 2.1%, 수출 디플레이터가 23.5% 올랐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더 비싼 값에 물건을 팔게 돼 명목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명목성장률이 높으면 정부 부채비율을 계산하는 분모가 커져 부채비율이 낮게 잡히는 효과가 있다. 확대재정에 부담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올해 명목성장률이 10%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며 반색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명목성장률이 10%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GDP가 커지고 세수가 더 들어오게 된다"고 화답했다.
다만 마냥 긍정적인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하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명목성장률은 '얼마나 비싸게 팔았느냐'로 결정된다. 반면 잠재성장률은 '얼마나 많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경제의 체력은 교역조건이 아니라 잠재성장률로 가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로, 내년엔 1.5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 고령화, 낮은 노동·자본시장 효율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낮은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경제가 좋아질 수 있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
높은 명목성장률에 고무돼 있을 게 아니라 증가한 세수를 이용해 어떻게 잠재성장률을 높일지 고민할 때다.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투자를 끌어내야 한다. 기업의 경영 효율화와 고용 확대를 위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
명목성장률은 경제 성적표가 아니다. 성적을 올릴 기회를 잡았다고 보는 게 맞다. 부채비율이 하락한다는 이유로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단기 경기부양 사업에만 골몰할 경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