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기업이 지속가능해야 하는 이유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2026.06.22 13:55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회사법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가끔 하는 질문이다. 회사는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하면 만들어서 쓰고 용도가 다하면 해산 후 청산하는 것으로 상법에 나온다. 그런데 회사가 왜 최대한 오래 존속해야 하는가. 특히 이제 더 이상 회사를 경영하기 어렵게 된 창업자가 회사를 해산하지 않고 남에게 처분하거나 2세, 3세에게 승계해서 계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가장 간단한 답은 대다수 회사가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지속된다는 것이다. 그다음 답은 회사가 나에게는 더 필요가 없어도 종업원들이나 협력업체를 생각해보면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산하면 그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사실 이 이유가 가장 크다.

과장과 비약을 전제로 가상적인 상황을 생각해본다. 어떤 회사가 있는데 너무 잘되어서 청산가치도 제법 된다. 계속가치가 더 크다고 해도 채무 다 갚고 주주에게 청산배당하고 임직원들에게 퇴직금 플러스 파격적인 전별금을 지급하면 그 개인들에게는 회사가 지속되는 경우에 비해 돈이 더 많다. 협력업체도 물론 보상을 받는다. 회사, 주주 공히 세금 낼 것도 다 낸다. 회사가 지금만큼 계속 잘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역사상 많은 기업이 전성기가 있었고 쇠락했다. 그러니 전성기인 바로 지금! 주주와 종업원들이 나누어 가지고 해산하자. 누군가 회사의 유무형 자산 일부를 어떤 규모로든 인수해서 사업은 여기저기서 지속될 것이고 지금만큼은 못하겠지만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회사, 특히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회사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한국이라는 국가가 지속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량한 대기업들은 국가의 지속에 큰 도움이 된다. 미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회사에 기여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 미래 세대는 나중에 회사에 합류해서 나라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그러면 더 나아가서 왜 한국이라는 나라가 지속되어야 하는가. 엉뚱한 질문이지만 답은 있어야 한다. 나는 회사가 해산할 때 받은 돈으로, 예컨대 지중해의 몰타 시민권을 얻어서 거기서 잘살 수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인생살이 방법이 있다. 물론 나처럼 좋은 회사에 다닌 행운을 입지 못한 사람들은 나라가 쇠약해져서 고생스럽고 최악의 경우 시련도 겪겠지만 나는 괜찮으니 다행이다.

미안하지만 그런 다행은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몰타에 귀화했어도 세상 모든 사람은 여전히 나를 한국인으로 본다. 해외 5개국에서 살아보고 40개국에 출장이나 여행을 가보고 60개국 학생들을 가르친 필자의 결론이다. 나라가 어렵거나 심지어 없어지면 나도 괜찮지 않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서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하는 노래가 있던 1970년대의 대국민 공익광고도 생각난다. "코리아를 원망하면 코리아는 슬픕니다." 가난했고 항상 전쟁 공포 아래 살던 때다.

그런데 잠깐. 왜 우리 인간은 민족이나 국가 단위로 살면서 다른 그룹은 경원시하고 심지어는 핍박하고 힘으로 기승을 부리는가?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엄연한 역사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리가 보기엔 심하다고 할 정도로 저러는 것도 그 이유다. 4000만이나 되는 쿠르드족은 나라가 없어서 항상 수난이고 다른 나라에 이용만 당한다. 남의 얘기 하기 전에 나라를 뺏기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는 사실 우리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식민지 폭정이 있었고, 동족상잔의 잔혹한 전쟁을 겪었고, 아직도 분단되어서 편치 않다.

한국을 지속하게 하고 강하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그 중 중요한 작업이 대기업들을 많이 양성하고 성공한 대기업들이 지속가능하도록 성원하는 것이다. 그래야 과거처럼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는다.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인권침해와 환경파괴는 모두 전쟁터에서 일어났다. 신지정학 시대에 방산기업들의 가치가 급상승한 것은 ESG와 모순되지 않다. 기업들이 지속되는 방식이 이른바 전문경영 체제로의 전환인지 가족승계인지는 그다음 문제다.

지금 몇몇 기업이 잘된다고 해서, 개인에게는 지금 당장의 돈이 회사의 지속보다 더 절박하다고 해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해서 공동체의 지속이라는 명제까지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의 성과는 우선 지금의 멤버들이 일군 것이지만 백퍼센트는 아니다. 창업 이래 모든 주주와 임직원, 협력업체, 국민 전체의 성과이기도 하다. 분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회사 안에 유보되어서 '회사'를 위해 쓰이고 미래 세대의 기반이 되면 이상적이다.

정치권과 대기업 경영자들은 한국 대기업들의 지속가능 '의무'에 유념해야 한다. 또 대기업은 회사의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는 상황을 감안해서 지금이라도 합리적이고 형평에 맞는 성과보상 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많이 어려울 때의 구조조정이나 임원 급여반납 같은 조치에 상응하는 것이다. 위화감과 박탈감처럼 조직의 지속가능에 해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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