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부 곳간만 바라보는 AC, 이대론 미래 없다

[광화문]정부 곳간만 바라보는 AC, 이대론 미래 없다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2026.06.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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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3.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창업생태계에서 AC(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는 경제 역군을 키워내는 산파 같은 존재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초기자금을 투자하고 보육까지 담당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표적 사례가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다. 2005년 설립된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초기에 발굴·육성하면서 세계 최고 AC로 자리잡았다.

국내에 AC제도가 도입된 것은 2016년이다. 정부는 민간 중심의 창업생태계를 육성하겠다며 AC 확대에 속도를 냈다. 실제 제도를 도입한 후 등록 AC 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현재 500곳 넘는 업체가 활동 중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 창업생태계도 제법 외형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업계 안팎에서는 "AC가 너무 많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AC가 투자·보육회사라기보다 정부의 창업지원사업 수행기관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라는 본업보다 정부사업 수주에 매달리는 구조다. 업계에서 "우리가 AC인지, 용역회사인지 모르겠다"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국내 AC시장은 태생적으로 정부 주도 성격이 강했다. 민간투자 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시장확대를 위해 진입문턱을 낮추고 각종 지원사업을 쏟아냈다. 초기 시장형성 단계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커진 지금도 여전히 양적 확대 중심의 정책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시장 전반의 기초체력 부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전체 등록 AC 중 누적 투자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곳은 24.2%에 그쳤다. 투자이력이 전무한 곳도 22.6%에 달했다. 자본금이나 전문인력 요건만 간신히 맞춘 무늬만 AC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자체 재원과 인프라만으로 투자·보육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AC는 손에 꼽을 정도다. 결국 상당수 AC는 정부 사업비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정부 과제를 따내면 버티고 실패하면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사업 수주에 생존을 의존하는 AC가 과연 창업생태계의 산파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이다.

이제는 정책방향을 바꿔야 할 때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엄격한 '옥석 가리기'다.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제대로 투자하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정수준 이상의 투자실적과 산업전문성, 민간투자 역량을 갖춘 곳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돼야 한다. 부실 AC에 대한 퇴출시스템도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역 기반 특화 AC 육성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 AC의 67% 이상, 초기 투자금액의 76%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지역산업과 긴밀히 연결된 AC가 성장해야 창업생태계도 균형 있게 살아날 수 있다. 정부의 지원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 단기 행사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프로그램보다 민간투자 확대와 장기펀드 조성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AC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벤처펀드 운용 및 회수(exit) 관련 규제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창업생태계는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과 자본,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고 그 중심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AC가 있어야 한다. AC의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 창업생태계도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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