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은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 '브렉시트'를 선택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2016년 영국 유권자들은 "주권을 되찾자"며 찬성 51.9%, 반대 48.1%로 EU로부터의 독립을 선택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영국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주권 회복' 목소리가 울려 퍼졌던 광장의 열기가 식은 자리에 물가상승·무역위축 등 성장 둔화와 분열이라는 상처가 남았다.
브렉시트는 '주권 회복'을 내세운 결과지만 지난 10년간 그보다는 경제·통상·노동·정치를 동시에 흔든 사건으로 평가되면서 영국 내부에선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5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는 브렉시트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봤고, 65%는 EU와 더 가까운 관계를 원한다고 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렉시트를 후회하는 '브레그릿(Bregret)' 현상이 이제 영국 사회의 주요 정서로 자리 잡았다"라고 전했다.
EU 재가입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입소스 설문조사에선 영국인의 52%가 EU 재가입 신청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0년 전 투표권이 없었던 18~34세의 찬성 비중은 68%에 달했다. 선배 세대의 투표로 EU 내 취업 등의 기회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와 상실감이 EU 재가입 여론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유민주당 등 정치권에선 재가입을 공론화하려 한다.
다만 EU 재가입 추진을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또다시 찬반으로 갈라져 사회 균열이 다시 깊어지고, 수년간 EU와 지루한 탈퇴·가입 협상을 벌이는 '정치적 지옥'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논쟁 회피' 심리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사회가 또 다른 국론 분열을 거부하는 일종의 '헌법적 피로감'에 빠져있다"며 "영국 유권자들이 거대한 정치적 모험보다 당장의 민생 안정을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브렉시트 10년. 영국에 필요한 것은 'EU 재가입 찬반'이라는 과거형 논쟁이 아니다. 정치적 자존심과 진영 논리를 걷어내고, 민생과 국가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명분 가득했던 '탈퇴'의 역사보다, 당장 먹고사는 민생이 걸린 '실속 있는 공존'의 해법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