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피지컬AI로 날갯짓도 배워야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26.07.01 04:00

AI 시대 경쟁력은 경험 축적한 전문가
초보를 숙련시키는 과정은 사람의 몫
미래 전문가 양성 '경험의 사다리' 필요

AI '제미나이'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드론을 타고 나는 아기새.

#. 어미 새가 새끼를 둥지 끝으로 데려간다. 아직 날갯짓이 서툴러 수없이 떨어지지만 날갯짓을 반복하며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운다. 그런데 어느 날 신기한 피지컬 AI(인공지능) 드론이 나타난다. 드론은 아기 새를 태우고 어디든 날아다닌다. 아기 새는 더 이상 떨어지거나 힘겹게 날개를 퍼덕일 필요가 없다. "이제 날갯짓 연습은 필요 없어." 그런데 어느 날 드론의 배터리가 방전된다. 그제야 아기 새는 자신의 날개를 펼쳐본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날아본 적 없는 날개여서 무거워진 몸을 띄우지 못한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사라지고 있다. 똑똑한 생성형 AI가 빠르게 도입되면서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과거 로펌의 주니어 변호사나 컨설팅펌의 주니어 분석가들에게 맡긴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등 기초 업무들을 '에이전틱(Agentic) AI'가 완벽히 대체해서다. 신입사원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 역시 높다.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선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이 수천만 원 규모로 즉각 나타난다고 했다.

기업은 AI를 통해 기초 업무를 줄이고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신입사원 여러 명을 뽑아 비용과 시간을 들여 교육하는 것보다 AI 툴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경력자 1명을 채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젊은 신입사원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 암묵지(노하우)를 보유한 시니어들이다. 이들은 간단한 프롬프트(명령어)로 개발자가 수개월 걸려 만들 앱(애플리케이션)도 식사하면서 뚝딱 만들어낸다.

단기적으로 효율성이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AI 활용을 강조하는 이유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숙련된 중간관리자와 전문가가 부족해지는 역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신입사원이라는 성장의 출발점을 없애면 미래의 전문가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공개채용이 사라지고 경력직 중심으로 재편된 고용시장에선 청년실업과 기업의 인재고갈이라는 이중고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은 AI 시대일수록 초급 인력이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기술이 업무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사람을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과정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석학들도 AI의 한계를 연구결과로 증명하면서 AI가 초급 인력의 '경험 사다리'(experience ladder)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입사원은 기초 업무들을 수행하면서 조직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고객에 대한 이해, 협업, 의사결정 등을 몸으로 익히며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이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하버드비즈니스리뷰(2026년 3~4월호)에는 통제된 글쓰기 실험을 통해 생성형 AI가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더 빠르게 수행하도록 도울 수는 있지만 초보자와 전문가의 격차를 줄이진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 전문가의 암묵지를 디지털화해 피지컬 AI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이를 학습시킬 전문가도 계속 나와야 한다. 드론은 새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는 있어도 스스로 하늘을 나는 새로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반복업무를 대신 수행할 AI를 도입하는 것은 좋지만 미래의 전문가를 키우는 경험의 사다리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결국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드는 것은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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