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연결자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28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법정 공시(사업보고서 등)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자산 30조 원 이상 대상 거래소 공시'가 담겼던 초안과 비교하면 적용 대상 기업은 확대됐고 법적 책임도 강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투자뿐 아니라 수출과 공급망 참여에도 비재무 정보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이 기후 리스크와 공급망 관리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자본 조달 비용을 낮추고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확정안이 강화됨에 따라 기업 부담은 한층 커졌다.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그동안 ESG 공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짧은 기간에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거래소 공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를 적용하기로 한 점도 기업들의 리스크를 키운다. 거래소 공시는 벌점이나 제재금 등 거래소 차원의 제재가 이뤄지지만 사업보고서 공시는 허위·부실 공시라고 판단되면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업들은 회계 감사에 준하는 정밀함을 요구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문제도 마주해야 한다. 또 본사뿐 아니라 종속회사와 공급망 정보까지 관리해야 한다. 기후공시 체계가 확대돼 스코프3(공급망 전반 배출량) 공시가 도입되면 협력업체의 배출량 데이터까지 확보해야 해 자회사나 협력사가 많은 기업일수록 대응 난도가 높아진다.
다행히 유예와 면책 장치도 도입돼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코프 3 공시를 3년 유예하고 △도입 초기 3년간 포괄적 제재를 면제하고 △미래 예측 정보나 온실가스 추정치에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법적 책임을 배제하는 '세이프하버(Safe Harbor)' 제도를 도입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기업들은 유예기간을 안일하게 보내지 말고 시스템 구축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히 처벌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면 정부도 제도 안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제시해야 한다. 의무 부과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을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 예정된 업종별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정교하게 만들어 제도 도입 과정에서 기업들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