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과한 'ETF 아버지', 책임 외면한 정부

머니투데이
2026.07.22 04:00

'ETF(상장지수펀드)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공개적으로 자사가 출시한 상품을 포함해 특정 영역 투자 자제를 당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단기 상승 모멘텀을 확신하는 투자자가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이다. 시장 전체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은 어디까지나 시장 구조를 완벽히 이해한 투자자가 초단기 트레이딩에 나설 때만 유효하다. 낮은 진입장벽에 본주(기초자산)보다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주식시장 전체의 변동성이 커졌고, 코스피는 해외에서도 우려하는 위험한 시장이 됐다.

당국은 다음달 5일부터 기본예탁금 기준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ETF'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시장 규모가 12조원에 달할 정도로 비대해졌다는 이유로 정부는 상장폐지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 시한폭탄을 키워놓고 이제 와서 규모를 이유로 대는 것은 무책임하다.

제도에 맞춰 상품을 출시한 업계 관계자가 양심고백을 했지만 정작 책임이 큰 쪽은 이런 판을 깔아준 금융당국이다. 하지만 정부는 반성하는 기색도 책임지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다. 도입 당시 서학개미를 국장에 복귀시켜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선한 목적이 있었다는 해명만 반복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그런 것(국내 주식시장 불안정 심화)도 미리 예상했어야 한다는 게 시장 참여자의 요구"라고 지적했듯 정책이란 항상 의도한 대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다. 정책의 부작용도 미리 검토해야 하는 게 관료의 역할이다.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를 원한다면 규제 보완에 앞서 제도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시장 과열 국면에서 시행을 보류할 수는 없었는지, 시행 후에도 왜 제때 제동을 걸지 못했는지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정부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이 아니라 신뢰를 되찾는 출발점이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기본예탁금이 현행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된다. 아울러 기본예탁금을 산정할 때 주식 등 대용증권은 제외하고 오직 현금만 인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이 잠정 중단되고 광고·마케팅이 전면 금지되며, 괴리율 및 사전교육 관리도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 논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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