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 명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외국인 넷 중 셋은 외국인 등록과 거소 신고를 한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한국은 이미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7%에 달해 명실상부한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
외국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한 축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외국인을 '노동력'이나 '관광객' 정도로 취급하는 패러다임에 갇혀 있다. 비숙련 노동 현장의 인력 부족을 메우고 학령인구 감소에 직면한 대학의 재정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을 데려오는 데만 급급하다. 외국인 정주 여건을 돕고 당당한 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거시적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 행정은 사분오열돼 있다. 법무부는 비자를, 고용노동부는 노동력을, 성평등가족부는 다문화 가정을, 교육부는 유학생을 따로 관리한다. 부처 간 칸막이에 유사 사업이 중복돼 예산이 낭비된다. 정작 인권 보호나 불법 체류자 관리 같은 현장 문제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기 일쑤다. 이런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정부에서 출입국·이민관리청과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이 추진됐지만 정치권 갈등과 부처간 주도권 다툼 등으로 모두 무산됐다. 현 정부 초기에도 국무총리실 산하에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처를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 조직 개편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민정책이 곧 대규모 이민자 수용을 뜻한다는 대중적 인식 때문에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이다.
외국인 행정이 명확한 원칙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이뤄질 경우 일자리 경쟁과 지역사회 갈등, 치안불안만 부추길 수 있다. 이는 반(反)이민 정서로 이어진다. 외국인 유입 규모나 체류 질서를 체계적이고 엄격하게 설계하고 이주민이 기존 주민과 상생하는 사회 통합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만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인 정책은 노동·교육·복지·치안·지역사회·인구정책이 모두 얽힌 국가전략의 영역이다. 외국인·이민정책을 총괄할 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단순히 부처 하나를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민자와 기존 주민이 안전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준비 없는 외국인 유입은 갈등과 분열을 낳지만 원칙과 질서에 기반한 통합은 우리 사회가 번영하게 하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