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오는 27일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에 상장한다. 공모 금액은 초과배정옵션까지 행사되면 당초 계획의 2배가 넘는 666억위안(약 14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2010년 중국농업은행 기업공개(IPO)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시가총액은 얼마나 될까. 발행가 8.66위안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5791억위안(약 126조원)이다. 중국 GPU 업체 메타엑스가 상장 첫날 693% 급등하는 등 중국 반도체주는 상장일 폭등하는 추세로 CXMT도 5배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업계는 CXMT 시총이 3조위안(약 660조원)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CXMT는 단숨에 공상은행을 제치고 중국 본토증시 시총 1위로 올라선다.
중국 증시는 일찍부터 들썩였다. CXMT 온라인 청약에 참여한 일반 투자자는 약 943만명으로 청약경쟁률이 244대 1에 달했다. 청약당첨 번호는 총 770만개로 번호 1개당 창신메모리 500주를 청약할 수 있다. 1건의 청약(500주)에 필요한 납입금액은 4330위안(약 95만원)이다. 일반 투자자도 CXMT 주가가 5~6배 상승하면 대략 2만위안(약 440만원)을 벌 수 있어서 CXMT 상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CXMT 직원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창업자인 주이밍은 지난해 받은 스톡옵션 15억3600만주 중 절반인 7억6800만주를 상장 3년후부터 직원에게 무상 분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시총 2조위안으로만 계산해도 200억위안으로 직원 1인당 100만위안(약 2억2000만원)씩 돌아갈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은 2016년 나란히 설립한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낸드플래시업체 양쯔메모리(YMTC)를 내세워 한국 반도체를 맹추격하고 있다. 특히 D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매출이 수직상승한 CXMT는 YMTC보다 3배 이상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번 CXMT 상장이 중국 증시 역사상 최대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38%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29%), 마이크론(22%)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점유율 상승폭은 4위인 CXMT가 가장 크다. CXMT의 점유율은 8%로 불과 1년만에 5%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5월 CXMT가 공개한 1분기 실적도 중국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1분기 매출은 508억위안(약 11조18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19% 급증했으며 순이익은 247억6000만위안(약 5조4500억원)으로 1688% 폭증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칩플레이션으로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못지 않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CXMT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최대 1200억위안(26조4000억원), 순이익은 최대 570억위안(12조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립 이후 10년간 누적된 순손실을 상반기에 모두 메우는 것이다. 반도체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올해 CXMT 매출이 500억달러(약 7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CXMT는 중국내 공장 3곳에서 12인치(300㎜)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말 35만장까지 생산능력을 확충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의 생산량(월 38만장)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CXMT는 현재 16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까지 추격했으며 전송속도 8000Mbps(초당 메가비트)의 DDR5, 8533Mbps의 LPDDR5X 개발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는 게 CXMT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심자외선(DUV) 장비를 확보해 회로를 여러 번 겹쳐 새기는 멀티 패터닝 공정으로 미세화에 나서고 있지만, 단점은 명확하다. 정렬(Alignment)이 어긋날 위험이 클 뿐 아니라 공정 단계가 늘어나면서 수율(양품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b(5세대·12~13나노급) D램을 양산하고 있으며 1c(6세대·11~12나노급) D램으로 전환하는 중이다. CXMT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공정 기술 격차는 약 2세대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차이는 더 크다. 현재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은 HBM3E(5세대 HBM)인데, CXMT는 2027년이 되어서야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6세대 HBM)을 출하하는 등 시장 중심은 HBM4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CXMT와 글로벌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는 3~4년으로 HBM 시장은 CXMT가 당분간 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CXMT는 중국에게 있어서 경제·기술적으로 중요할 기업일 뿐 아니라 중국이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이다. 2016년 설립된 CXMT가 몇 번의 반도체 겨울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상장 후 CXMT는 공격적인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가 허페이 공장 증설과 상하이 신규 팹(Fab·공장) 건설을 통해 2028년말까지 웨이퍼 생산능력을 월 50만장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8년 글로벌 D램 공급량 기준 약 17%에 해당하는 규모로 CXMT의 점유율이 2025년 11%에서 크게 확대되는 것이다.
CXMT 상장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사상 초유의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떠오른 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아성을 흔들지는 결국 격차를 지키려는 우리의 속도에 달렸다. K반도체에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