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불완전판매라는 전가의 보도

김명룡 증권부장
2026.08.03 05:35

판매규모가 불완전판매 입증하는 것 아냐
판매사만 겨눈 당국, 발행사 잘잘못도 따져야
상품 설계·발행·유통·판매 다 살펴야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사태의 책임을 가리는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판매 증권사에 대한 불완전판매 조사가 사실상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인데도 판매량이 가장 많은 특정 증권사가 언론 보도에 언급됐다.

해당 판매사가 전단채를 가장 많이 판매했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많이 팔았다는 사실과 위법성이 크다는 판단은 같은 말이 아니다. 판매 규모는 조사 필요성을 보여주는 지표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불완전판매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금융감독당국에게 '불완전판매'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 이 칼 하나만 휘두르면 책임 소재를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같은 칼이 뽑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상품의 전체 발행 규모는 약 4019억원이다. 발행 주관사는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전단채 발행·주관, 총액 인수 및 유통 등 전 과정에 관여했다. 판매사들은 발행 주관사로부터 정보를 전달받아 고객에게 판매했다. 발행사와 판매사의 역할과 정보, 의무가 서로 다르다는 뜻이다.

그동안 회사채·단기사채 분쟁에서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만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져왔다. 발행주관사가 신용위험을 이유로 직접 제재 대상이 된 사례는 드물었다. '불완전판매'라는 칼이 유독 판매사만 겨눠온 셈이다. 이번 사태에서 발행주관사의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가 향후 유사 분쟁의 새 기준이 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이야말로 그 칼이 향할 방향을 다시 정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판매 과정도 엄정히 살펴야 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와 배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발행 단계의 신용평가와 홈플러스의 유동성·신용위험 정보가 판매사에 얼마나 전달됐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두 주체를 구분하지 않고 결과적 손실만 놓고 이 칼을 휘두른다면, 제재는 원인 규명보다 사후 비용 처리에 가까워진다.

이 전가의 보도가 이번이 처음 뽑힌 것도 아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장 무겁게 소환되는 곳은 판매사다. DLF와 사모펀드, 홍콩H지수 ELS 사태도 비슷했다. 판매사는 고객과 직접 접촉했고 피해구제 재원도 갖추고 있어 겨누기 쉬운 상대다. 그러나 감독의 편의가 칼을 휘두를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

발행·주관·유통·판매 전 과정을 정교하게 가려내는 작업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든다. 반면 판매 현장 제재는 절차가 간단하고 결과도 빠르다. 여론과 국회의 질타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당국은 손에 익은 칼부터 뽑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손쉬움이 정확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 칼이 판매사만 겨눌 때 부작용은 시장 전체로 번진다. 판매사들은 상품 취급을 꺼리게 되고, 자금조달 통로가 위축된다. 정작 상품을 설계·발행한 쪽은 판매사 뒤에 숨어 칼날을 피해 간다. 실제로 중앙그룹 회사채 투자자들도 대표주관사와 판매 증권사들이 "위험요인을 알고도 채권을 판매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가의 보도가 어디를 향하는지가, 유사 분쟁들의 향방까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피해구제는 신속해야 하고 제재는 정확해야 한다. 그 신속함을 이유로 익숙한 칼부터 뽑아 제재의 대상과 수위를 서둘러 정해서는 안 된다.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은 손에 익은 칼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정보를 알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밝히는 것이다.

많이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운다면 제재의 공정성을 납득하기 어렵다. '불완전판매'가 매번 같은 곳만 겨누는 전가의 보도로 남아서는 안 된다. 상품 설계부터 발행·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살펴 책임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금융감독의 결정도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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