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정책에 '환영' 일색인 경제단체

머니투데이
2026.08.11 04:05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경제단체들이 정부 정책에 '환영' 일색의 입장문을 내놓고 있다. 경제 6단체가 지난 7일 국내생산세액공제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전기차 제외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경제단체들은 3대 메가프로젝트에도 같은 태도를 취하면서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에는 입을 닫았다.

기업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경제단체의 존재 이유다. 경제단체는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정책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투자와 고용, 신산업 성장을 촉진할 제도 개선도 꾸준히 제안해 왔다. 때로는 정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기업이 처한 어려움과 제도 개선 과제를 공론화했다.

그런데 최근 경제단체의 메시지에서는 이런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재계는 이렇게 된 계기로 지난 2월 대한상의 보도자료 논란을 꼽는다. 자료의 근거에 오류가 있었다면 바로잡도록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엄중 책임"을 언급한 뒤 대한상의에 대한 정부 감사와 임원 해임 등이 이어졌다. 이후 경제단체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판을 하다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진 탓에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과 같은 절박한 현안조차 공론장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AI, 방산 등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연구개발 인력이 필요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국내생산세액공제도 마찬가지다. 전략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을 지키겠다는 취지라면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전기차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경제단체들은 왜 전기차가 제외됐는지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 정부에 묻지 않았다.

경제단체의 침묵은 현장 의견 수렴과 정책 조정 기능의 약화를 의미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판과 우려가 사라지고 정치적 고려나 관료적 편의가 앞선다면 기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투자·고용·성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본연의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의사결정의 오류와 리스크를 줄이고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다양한 견해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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