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흑자에 "살아나나" 했는데…석화업계 "하반기 번 돈 다 잃을 수도"

깜짝 흑자에 "살아나나" 했는데…석화업계 "하반기 번 돈 다 잃을 수도"

김도균 기자
2026.08.11 05:4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석유화학 4사 2026년 2분기 영업이익/그래픽=김지영
석유화학 4사 2026년 2분기 영업이익/그래픽=김지영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올해 2분기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뒀다. 전쟁 초기 확보한 저가 원료가 뒤늦게 투입되면서 나타난 '래깅 효과'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본질적인 업황 개선보다는 착시 효과에 가까워서 하반기 실적 정체 혹은 악화가 우려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4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1101억원, 87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금호석유화학은 전년 동기 대비 420% 증가한 339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였다.

이란 전쟁 초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시차를 두고 생산에 투입된 데다 공급 차질 우려로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이 서로 다른 시점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이른바 '래깅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업황 자체의 회복보다는 과거에 확보한 원료 가격과 현재 제품 가격 사이의 시간차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 같은 효과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이란 전쟁 이후 급등했던 나프타 가격은 이미 안정세로 돌아섰다. 전쟁 초기 수급 불안 우려로 석유화학 제품을 사들였던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이란 전쟁 초기 톤당 250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100달러대로 낮아졌다. 상반기에는 저가에 확보한 원료로 제품을 생산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했지만, 하반기에는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생산에 투입되는 반면 제품 가격은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곽기섭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7일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중동 사태 영향으로 나프타 가격이 4월과 5월 상승한 후 6월 급락하면서 6월에는 재고평가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사업재편은 아직 진행형이다. 여수산업단지의 석유화학 사업재편 2호 프로젝트가 정부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규모는 249만톤까지 확대됐지만, 정부가 제시한 전체 감축 목표인 270만~370만톤을 달성하려면 추가 성과가 필요하다. GS칼텍스와 LG화학을 중심으로 한 여수산단 후속 사업재편, SK지오센트릭·대한유화·에쓰오일 등이 추진하는 울산 지역 사업재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최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된 것도 부담 요인이다. 검찰은 폴리염화비닐(PVC), 가소제, 가성소다 등 8개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수년간 담합한 혐의로 한화솔루션·LG화학·애경케미칼 등 7개 기업과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석유화학 업계를 둘러싼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만 보면 업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라면서 "석유화학 업계는 상반기에 벌어들인 돈을 하반기에 그대로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도균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도균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