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얼죽신'은 왜 '몸테크'를 택했나

윤지혜 기자
2026.08.12 06:00
서울 시대 빌라 단지 모습/사진=뉴스1

"서울 재건축 아파트도 이제 넘사벽(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음)이 됐으니 재개발을 추진하는 노후 빌라를 사서 '몸테크'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5년 전만 해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몸테크를 해보라고 권하던 감정평가업계 지인이 최근에는 재개발 빌라로 눈을 돌려보라고 했다. 도시정비사업이 서울의 핵심 주택공급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도권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 가격은 6.59% 상승했다.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상승률(3.64%)의 두 배에 가깝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구축마저 정비사업 기대감에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통한 몸테크도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해졌다.

그러자 30대 또래 사이에서는 재개발 빌라 매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을 외치던 한 친구는 신혼생활을 보낸 인천 신축 아파트 전세를 빼고 서울 중랑구의 오래된 빌라를 샀다. 서울에서 반드시 내 집을 마련하겠다던 서울 출신 후배가 선택한 곳도 관악구의 노후 빌라였다. 또 다른 지인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 무허가 건물에 과감히 투자했다.

녹물과 결로, 주차난 등 노후 빌라에서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런데도 언젠가 서울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얻겠다는 몸테크 열기는 뜨겁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몸테크' 검색 빈도는 최대치인 100을 기록해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몸테크 열풍의 이면에는 높아진 내 집 마련의 문턱이 있다. 소득이 집값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신축은 물론 구축마저 가격이 크게 올랐다. 갭투자는 막히고 은행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무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내 집 마련의 경로도 좁아졌다.

이런 몸테크의 면면을 보면 정부가 경계하는 '막대한 시세 차익에 대한 과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내가 살고 자란 서울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가깝다. 고생 끝에 낙이 오면 다행이지만 재개발은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좌초할 위험도 큰 고위험 투자다.

노후 빌라에서 몇 년, 길게는 10년 넘게 버텨야 서울의 새 아파트를 기대할 수 있다는 현실을 청년층의 '투자 열풍'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부의 부동산 공급·금융 대책에는 무주택 실수요 청년층이 과도한 위험을 떠안지 않고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사다리가 담겨야 한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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