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당신의 근심을 해결하는 위원회'

민동훈 기자
2026.09.16 05:00

[the300]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임이자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래대응기금? 미래저당기금!- 162조 정권쌈짓돈’을 주제로 열린 긴급진단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09.10. ks@newsis.com /사진=김근수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길거리로 나갔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노동자들을 만났고 이듬해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다. '을(乙)을 지키는 길'이라는 이름처럼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해결책을 찾는 조직이다.

당시 민주당의 처지는 녹록지 않았다. 2007년 대선 참패 이후 2008년 총선에서 크게 졌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잇따라 집권에 실패했다. 을지로위원회 하나가 민주당을 다시 집권시켰다고 할 순 없다. 다만 패배한 정당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민생정당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임이자 정책위원회 의장 주도로 새로운 민생정책 플랫폼 '당근위원회'를 내놨다. '당신이 원하는 것, 국민의힘이 해결한다'는 뜻이다. 현장을 직접 찾는 패트롤(Patrol), 현장의 요구를 제도화하는 입법(Legislation), 정책이 실제 효과를 냈는지 확인하는 사후관리(Aftercare)를 하나로 묶었다.

기대해볼 만하다. 현장 방문 한번 하고 사진 찍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문제를 찾아 법을 만들고 결과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부동산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공급을 가로막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시장과 상가를 찾아 손님이 끊기고 장사가 어려운 이유를 들어야 한다. 청년 일자리와 돌봄, 노동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에 지금 필요한 정치도 이런 것이다. 야당의 존재 이유가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데만 있을 수 없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면 비판하되 더 나은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규제가 문제라면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 재정 확대가 문제라면 무엇을 줄이고 어디에 더 쓸지 대안을 내놔야 비판에도 힘이 생긴다.

민생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장과 기업, 재정과 규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자부해온 보수정당이라면 주거·일자리·자영업 문제에서도 보수의 해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역량과 민생이 만나는 지점에 국민의힘이 다시 설 공간이 있다.

물론 위원회 하나 만든다고 정당이 달라지진 않는다. 몇 차례 현장을 찾고 법안 몇 건을 낸 뒤 흐지부지된다면 이름만 남는다. 어려움을 겪는 곳을 먼저 찾아가고 해결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으면 한다. 집값 때문에, 장사가 안 돼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곳. 당근위원회가 '당신의 근심을 해결하는 위원회'가 되길 기대한다.

민동훈 머니투데이 정치부 차장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