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적 대화 뒤에 숨은 '고용'노동부 장관

머니투데이
2026.09.16 04:05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메가특구 특별법 관련 사회적 대화 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 장관은 메가특구특별법 노동 특례에 대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2026.9.1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메가특구 특별법의 노동 특례를 놓고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고소득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 선택근로제 보완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노사 의견을 듣겠다는 것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시점과 방식의 적절성이다. 주 52시간제는 이미 법률로 시행 중이다. 현행 근로시간 규제가 노동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반도체·AI 등 첨단산업에는 과도한 제약으로 작용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수년째 이어져 왔다. 게다가 당정이 메가특구 특별법을 이달 중 발의하고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핵심 쟁점인 노동특례를 사회적 대화에 부친 것은 정부가 결정을 미루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초안에는 고소득 관리자·R&D(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특례와 선택근로제 보완 방안이 검토돼 왔다. 하지만 김 장관은 정부안을 정해 놓지 않았다고 했다. 대화의 운영 기간과 의제도 첫 회의에서 노사정이 정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기구는 입법기구가 아니며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논의 내용을 국회 입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특례안을 언제 국회에 제출할지, 협의가 결렬되면 어떻게 입법을 추진할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이해관계가 첨예할수록 정부에는 더 분명한 기준과 정교한 입법안이 요구된다.

메가특구는 특정 지역에 규제 혜택을 주는 데 그치는 사업이 아니다. 반도체·AI·에너지·인프라·지역균형발전을 결합해 한국의 새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이런 전략의 핵심인 노동특례를 정부 입장이나 일정, 대안 없이 사회적 대화에만 맡긴다면 기업과 노동자 모두 불확실성만 떠안게 된다.

글로벌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반도체·AI 산업은 기술 개발과 투자 결정의 속도가 기업의 생존을 가를 수 있다. 한국 기업만 경직된 규제에 묶인다면 투자와 고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마땅히 해야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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