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시대는 짧고, 야만의 시대는 길다. 지구 역사 아니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평화가 지속된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정복의 역사와 마찬가지였다. 약자를 누르고 발밑에 두면서 역사를 이어왔다. 어찌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짧았던 평화의 역사(물론 이 기간에도 국지전과 분쟁은 계속 있어 왔다)가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평화의 시대가 지속되자 단조로움을 느꼈는지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면 평화로운 국가들조차 내부적으로는 양극단으로 갈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쯤되면 갈등과 대립, 폭력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도 이성적 판단과는 거리가 먼 이유로 시작됐다. 그리고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해 파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있기도 하다. 이는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껏 지속된 국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봐야한다. 합리적 이성과 평화에 의해 돌아가던 질서 대신 힘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힘의 논리를 신봉하는 지도자들의 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의 변화가 극적이다.
강력한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미국은 경제 규모를 빠르게 키우며 턱 밑까지 추격한 중국을 상대로 경제 제재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패권 경쟁에 돌입했다. 앞서 1980년대 일본이 미국을 맹추격하자 플라자 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을 이끌면서 일본 경제를 '잃어버린 30년' 수렁 속으로 빠뜨린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G2(주요 2개국)를 자처하면서 힘의 논리를 펼치기 시작한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 주석은 미국에 맞서 일대일로 등의 사업을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제3 세계 등을 지원하며 세 규합에도 나섰다.
미국은 중국과 경쟁이 본격화하자 한국과 일본·유럽 등 전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자신 편에 줄을 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동맹국들이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며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나섰다. 미국의 막강한 힘에 굴복한 국가들은 그저 요구를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는 중국의 추격으로 흔들리던 제조업이 미국의 대중 제재로 다시 활기를 띄는 등 뜻밖의 수혜를 보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대중 규제로 중국 메모리 기업의 거센 추격을 저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 밀리던 선박 수주도 다시 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 위협이 커지자 군수 산업도 수출길이 열리면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은 미중 패권 경쟁과 힘의 논리가 각광받는 국제 정세 속에서 더욱 정교한 국가 및 외교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은 변화의 서막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힘의 논리는 더 거세질 것이며 갈등 국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할 수도, 한국경제를 옥죄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의 강력한 파병 요청에서 보듯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는 사례는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받는 댓가다. 앞으로 행해질 모든 판단과 선택은 무엇보다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판단해야 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