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과징금 부과 하한선을 최대 20배 높이는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한 데 이어 이제는 시장 퇴출까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5년 이내에 2차례만 담합이 적발돼도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담합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이지만 과도한 행정권 개입과 시장 생태계 파괴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시장 퇴출 조항이 적용되는 운송, 석유 등 17개 업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원가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빈번해 정당한 가격 결정과 담합을 구분하기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퇴출 기준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당정 발표는 담합 전 수준을 회복하도록 공정위가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최근 법원이 인쇄용지와 밀가루 담합 등의 가격 재결정 명령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음에도 이를 법률에 넣겠다는 것은 시장 가격에 대한 행정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발상이다.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무력화하는 내용도 우려스럽다. 당정은 자진신고자에 과징금 감면 혜택은 유지하되 시정조치 감면은 폐지하기로 했다. 담합을 자진해서 신고할 유인이 줄어들어 은밀한 담합을 적발하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도 공정위의 과도한 처분이 기업들의 사법 리스크와 법률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공정위 퇴직자들의 몸값만 높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올해 1~7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1조3528억원으로 작년 연간 3402억원의 4배다. 대부분 불복 소송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로펌들이 전관 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 김앤장의 경우 공정위 출신들의 보수는 월평균 3059만 원까지 치솟았다.
물론 담합에 대해 소비자 피해와 시장 왜곡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제재의 강도만 높인다고 시장 질서가 바로 서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 처분이 시장 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업종에서 기업들이 퇴출당하면 살아남은 소수 기업의 독과점이 공고해진다. 이는 가격 상승과 소비자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진다. 규제 일변도의 행정을 멈춰야 한다. 기업이 경쟁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