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치른 트럼프, 당대회 앞둔 시진핑[특파원칼럼]

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11.04 04:05
(로이터=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로이터=뉴스1)

"최종 결정은 여전히 트럼프가 내려야 한다."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 매체 봉황망 인터뷰에서 미국 중간선거 관련 이같이 말했다. 선거 이후에도 '트럼프의 선택'이 중요하단 뜻이다. 우 원장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보는 중국의 기류와 무관치 않다.

3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와 18~19일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중국의 셈법은 복잡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 정당성을 확인할 무대인 제21차 당대회가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시 주석으로서는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와 대외 환경의 안정을 외교적 성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중간선거를 마친 트럼프가 어떤 정치적 여건에서 APEC 협상에 나설지가 중국에 중요한 이유다.

시 주석의 카운터파트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통해 여론의 심판을 받는다. 단 중국 학계에선 어느 당이 승리하든 미·중 관계의 큰 틀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간선거가 주로 지역구 현안을 다루는 만큼 대중국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중간선거 이후 결과가 어떻든 대중 기술 봉쇄 만큼은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합하면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큰 틀이 유지된다고 불확실성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관세를 얼마나 유예하고, 어떤 기업에 제재를 가하며, 첨단기술 수출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기업과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의 관세·제재·수출통제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하다.

중국 학계는 중간선거 뒤의 트럼프 대통령을 여전히 '럭비공'으로 보는 듯 하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하면 트럼프는 기존 대중 압박 전략이 유권자의 인정을 받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패배할 경우 셈법이 조금 더 복잡하다. 트럼프는 선거 패배에 따른 국내정치의 제약을 중국과의 외교적 성과로 돌파하려 할 수 있다. 반대로 대중 강경론을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자칭궈 교수는 선거 패배 후 의회의 압박이 미중 관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동시에 국내에서 활로가 막힌 트럼프가 외교에 집중하면 협력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APEC에서 미·중·러 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중국의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과 개최국으로서의 위상까지 함께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 책임까지 떠안을지는 별개다. 러시아에는 세 정상이 나란히 앉는 장면 자체가 성과일 수 있지만 중국에는 그 뒤에 따르는 약속과 부담이 더 중요하다.

이 같은 고차 방정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중국의 핵심 고려사항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한반도 안보에 관한 논의에는 당사자인 한국과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관세와 첨단기술 통제에 관한 미중 합의가 한국 기업에도 적용되는지, 어떤 조건이 붙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중간선거 이후 APEC에서 주목할 것은 정상들이 내놓는 성과의 크기보다 합의의 구체적인 조건과 이행 가능성, 그리고 한국이 부담하게 될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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