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세계 각지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현장 소식과 심층적인 국제 이슈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글로벌 시각을 넓혀주는 코너입니다. 최신 국제 뉴스, 현지 취재 리포트,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루며, 독자들이 세계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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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성과급 잔치로 전 세계 인재를 끌어모으던 빅테크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메타는 전사적 주식 보상을 성과 상위자 중심으로 재편했고 구글과 애플은 성과급 지급 시기와 횟수를 조절하면서 현금 흐름 통제에 나섰다. 직원을 아끼지 않아서가 아니다. 엔비디아 AI(인공지능) 칩을 하나라도 더 사고 데이터센터를 한곳이라도 더 짓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되는 '생존 전쟁' 때문이다. 한 쪽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이를 위해 다른 쪽에선 허리띠를 졸라야 하는 냉혹한 리밸런싱(재배치)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이런 몸부림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현실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그렇다. 성과급을 두고 터져 나오는 갈등과 잡음이 벌써 몇 해째다. 인재 유출을 막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보상을 더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당장 미래를 위한 재원을 비축하지 않으면 도태될지 모른다는 경영적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6개월 주기로 신차를 출시해야 살아남는 시장입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전시회인 '오토차이나 2026'(이하 베이징 모터쇼) 현장. 참가 브랜드 부스 마다 공통적으로 '생존 경쟁'을 강조하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경쟁은 필수지만 행사장 곳곳에서 경쟁에 대한 절박함은 유독 강하게 묻어났다. 이 행사를 15년간 지켜본 한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제 중국은 혁신이 없으면 곧바로 뒤처지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모터쇼장을 지배한 경쟁의 정서는 행사 직전 중국자동차공업협회가 내놓은 숫자를 통해 확인된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판매이익률은 전년대비 0. 2%포인트 하락한 4. 1%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치다. 자동차 공급 과잉이 이어진 가운데 업계 내부의 기술경쟁은 물론 가격경쟁이 과열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해외 브랜드의 무덤이 됐다. 2020년 약 56%였던 해외 브랜드의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 수준으로 하락했다.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생중계된 발언 가운데 그가 "승자의 전리품"을 언급한 때다. 전쟁이 민주주의나 정의 실현 같은 이상적 목적으로만 시작되진 않는다는 현실을 새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전리품으로 석유를 언급했지만 외교가에선 그 너머에 주목한다. 거칠 것 없는 트럼프 대통령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이란전쟁의 '숨은 전리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권력 재편. 미국의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글로벌 패권 경쟁 시나리오가 중동전쟁의 한축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중동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서구권으로 뻗어 나가는 핵심 길목이다. 미국의 전략은 그런 중동에서도 고질적인 골칫덩이이자 중국의 밀착 파트너인 이란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인도에서 시작해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교역로다. 껄끄러운 중국 대신 인도를 파트너로 글로벌 패권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분석과 코드개발은 물론 고객 영업까지 24시간 대신해주는 AI 비서가 등장한겁니다" 중국에서 부는 '오픈클로(OpenClaw)' 열풍이 중국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설명해달란 말에 중국 토종 AI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본격적 AI 생산성 확대의 시대가 열렸다"며 이 같이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엔지니어 피터 스타인버거가 개발한 오픈클로는 AI가 시스템상에서 사람 대신 각종 작업을 수행하는 일종의 'AI 비서'다. 설치해두면 파일 읽기, 프로그램 실행, 작업 자동 수행 등을 스스로 해낸다. 보고서 작성, 이메일 전송, 코딩 등을 24시간 대신 해 줄 수 있는 셈이다. 사용자 입장에선 업무용 AI 자동화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오픈클로 열풍은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LLM(대규모언어모델) '딥시크' 등장 1주년과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 개막 시점과 맞물려 불기 시작했다. 오픈클로를 설치해 여러가지 일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유행을 타며 '랍스터 키우기'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단호했다. 집권 2기 첫 국정연설의 핵심 키워드는 '미국의 황금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관세'였다. 불과 나흘 전 미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권한에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관세는 계속될 것이고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던 2024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의 언급이 빈말이 아니었다는 걸 재확인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단순한 무역 수단이 아니다. 지난 1년의 행보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복음'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는 지지층을 결집시킬 선명한 도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지난 1년 동안 수천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올렸고 이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고 세금을 줄였다"고 주장했다. 미 의회예산처(CBO)를 비롯한 여러 전문 기관이 "관세 비용의 95% 이상을 결국 미국 소비자가 부담한다"는 연구자료를 내놓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프레임을 중간선거의 핵심 전략으로 밀어붙인다.
"실버 경제 등 신흥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 성과를 창출하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지난해 11월 경주 한중정상회담에서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재차 '실버경제'를 강조한 셈이다. 중국은 저출산·고령화와 연관된 실버경제를 AI(인공지능)와 공급망 등 양국 간 핵심 의제 이상으로 부각시키려 한 듯 보인다. 다소 뜻밖이지만 이유가 있다.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지 2주 째, 중국 국가통계국은 의미있는 인구 통계 자료를 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총 인구는 전년보다 339만명 줄어든 14억489만명을 기록했다. 신생아가 1년 사이 954만명에서 792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 자료를 근거로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의 합계 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 2. 1명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이 같은 저출산과 맞물려 지난해 전체 인구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한 비중은 23.
뉴욕 의료 시스템의 심장부가 멈춰 섰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눈보라가 치는 맨해튼 86번가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 앞을 붉은 유니폼 물결이 에워쌌다. "안전한 인력 배치가 생명을 구한다(Safe Staffing Saves Lives). " 단순한 임금 투쟁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을 숫자로 치환하려는 알고리즘에 맞선 간호사들의 파업 현장이다. 병원 경영진은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를 인력 공급 부족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미국 간호사협회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일침이 뼈아프다. "간호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이런 조건의 병원에서 일하려는 간호사가 부족한 것이다. " 뉴욕 대형 병원들의 해법은 최첨단 AI(인공지능)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을 통한 이른바 '스마트 병동' 구축이다. 알고리즘이 환자의 생체 신호를 분석해 간호 필요도를 산출하고 간호사 1명이 감당해야 할 환자 수까지 할당한다. 효율을 앞세우는 경영진에 AI는 간호 인건비를 최적화할 더할 나위 없는 도구다. 하지만 거리에 선 이들은 본질을 외면한 '차가운 도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악역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개 악역이 얼마나 악한지를 보여주는 데서 성패가 갈린다.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악행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내는지가 결말부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키우기 때문이다. 2009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도 악랄하기 그지없는 나치 장교가 나온다. 할리우드배우 크리스토프 왈츠가 연기한 이 나치 장교는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전쟁범죄자다. 뛰어난 직감과 경험으로 수많은 유태인을 찾아내 망설임 없이 처단한다. 특이한 점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유머가 넘치며 예의 바른 그의 행동이다. 말소리를 죽이고 보면 오히려 주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친절한 표정은 그래서 더 소름 끼치게 다가온다. 그는 이 배역으로 아카데미 조연상을 수상한 뒤 한 토크쇼에 출연해 어떻게 그렇게 악한 연기를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 사람은 악하지 않았어요. " 유태인 일가족을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몰살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악한 인물을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9월29일 발표한 '수출통제 50% 침투 규정' 시행을 1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10월9일 발표한 (희토류 등) 수출통제 조치의 시행을 1년간 중단한다." 지난달 30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후 중국 상무부가 내놓은 양국 합의사항이다. 이는 양국이 무엇을 주고받을지에 대한 전문가들과 언론의 해석 전반을 뒤흔들어놨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촉발된 양국 갈등에 중국이 미국의 '목줄'인 희토류 통제조치를 내놓자 미국이 다시 100% 추가관세로 맞서면서 서로 물러설 곳이 없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진행됐단 게 중론이었다. 즉, 양국 정상간 합의는 '희토류'와 '100% 추가관세'를 서로 양보하는 구도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정제된 정부 발표를 통해 확인된 점은 그게 아니었다. 중국이 희토류를 지렛대로 미국과 딜을 한 것은 수출통제 50% 침투규정이었다. 이 규정은 수출통제 대상 기업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자회사까지 규제하도록 하는 조치다. 중국 기업 본사
이번에도 어정쩡한 휴전 수순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규제 계획을,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추가관세 계획을 각각 유예하거나 철회할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하면서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 말이 눈길을 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26일 기본 합의 틀을 도출하기 전에 했던 말이다. "중국은 양보해야 한다. 우리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 중국의 양보를 앞세웠지만 미국도 물러설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중국에 꼬리를 내린 모양새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7년 전 집권 1기 때는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 것 없이 관세를 휘둘렀고 중국은 2018년 말 1단계 무역합의까지 내내 끌려다녔다. "지금은 중국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미중 무역분쟁을 마무리하는 별도의 시간표는 없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최근 상황에서 돌아보면 중국을 와신상담으로 이끈 장본인이 트럼프 대통령이었던 셈이다. 달라진 상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 순이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개학식 현장. 교문에서 각종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들이 교사들과 함께 손을 흔들며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했다. 연단에 오른 교장은 로봇의 두뇌 격인 AI(인공지능)를 이번 학기부터 집중 교육한다고 선언했다. 대학에서 AI를 전공한 새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마다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실물 로봇까지 가세한, 한국과는 다른 개학식 분위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이유가 있었다. 교장은 AI 집중교육 선언과 함께 '정부의 교육 지침'을 언급했다. 이는 지난 5월 중국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AI 보통교육 지침'이었다. △초등학교 단계에서 흥미 유발과 기초 인지에 중점을 두고 △중학생들에겐 AI 기초 응용을 교육하며 △고등학생들에겐 AI 시스템적 사고능력을 배양한다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AI를 국가 정규 교육과정에 체계적으로 편입시키겠단 뜻이다. 이 같은 교육 지침은 최근 중국 국무원이 내놓은 '인공지
시진핑의 표정은 무거웠다. 6년 전 건국 70주년 열병식 때와 달랐다. 2019년 행사에서 간간이 미소를 머금던 시진핑은 올해 9·3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선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80년 전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지만 마치 새로운 전쟁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였다. CNN은 "상징적인 장면은 첨단 무기가 아니라 시진핑과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맞서는 연대감을 드러낸 모습"이라고 짚었다. 한때 미국이 낙인 찍었던 '불량국가 클럽'의 정상들이 함께 선 모습은 가히 "서구의 규칙에 반발해 힘의 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기울이기로 결심한 비(非)자유주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약해진 글로벌 리더십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낸 장면"이라 불릴만했다. 트럼프의 대응은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돌았던 건강이상 사망설과 맞물려 '무력'했다.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는 푸틴과 김정은에게 따뜻한 안부를 전해달라"는 트럼프의 날선 언급에 푸틴은 "미국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부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