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보다 중요한 '중국인의 지갑'[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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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안정준 특파원
2026.09.1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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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2010년 6월 13일 중국 산시성 창즈의 한 시장에서 채소 상인이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다./사진=로이터
2010년 6월 13일 중국 산시성 창즈의 한 시장에서 채소 상인이 위안화 지폐를 세고 있다./사진=로이터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 우위를 누릴 필요가 없다."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가 최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한 말이다. 중국을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진원지로 지목한 미국과 유럽을 향한 반박이었다.

그의 말에는 중국의 억울함과 자신감이 함께 묻어났다. 값싼 중국 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쓰는 것은 환율이나 보조금이 아니라 기술력과 촘촘한 공급망 덕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재정적자와 낮은 저축률을 방치하고 중국이 원하는 첨단 반도체 구매까지 통제하면서 왜 중국에 미국 제품을 덜 산다고 탓하느냐는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책임을 중국에만 물을 수는 없다. 중국이 많이 저축하고 적게 소비한다면 미국은 적게 저축하고 많이 소비한다. 중국의 흑자와 미국의 적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판 총재의 반박이 감추지 못하는 것도 있다. 중국인의 닫힌 지갑이다. 8월 중국 수출은 전년 보다 25% 늘었고 무역흑자는 119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6%에 그쳤다. 자동차 판매는 17%, 건축·장식자재 판매는 14.2% 급감했다. 올해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도 19.2% 감소했다. 세계로 나가는 중국 제품은 빠르게 늘지만 중국인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수출이 성장을 떠받치는 '외강내약'이 갈수록 뚜렷해진다.

문제는 가계가 돈을 쓰지 않는데 생산은 계속 늘어난다는 점이다. 부동산과 민간투자가 부진하자 정부와 금융기관은 제조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한 제품은 해외로 향했다. 중국에는 수출이자 성장률이지만 다른 나라에는 저가 제품 유입이자 자국 제조업 위기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과잉생산'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지갑을 닫은 채 공장을 돌릴수록 각국은 관세와 수입규제로 문을 잠근다. 중국의 내수 부진이 더 이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중국도 이를 안다. 서방의 과잉생산 비판은 거부하지만 안으로는 제 살 깎기식 경쟁을 막고 무질서한 증설을 정리하려 한다.

해법은 간단해 보인다. 중국인이 더 소비하면 된다. 하지만 지갑을 여는 일은 위안화 가치를 몇 퍼센트 올리는 것보다 어렵다. 집값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불안하다. 의료와 교육, 노후 자금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소비쿠폰만으로 가계가 안심하고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리긴 어렵다. 정부와 국유기업에 집중된 소득을 가계로 돌리고 연금과 사회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경기부양을 넘어 성장모델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소비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제조업 경쟁력은 국가안보라는 시각이 더 강하다.

곧 미국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의 한계도 여기에 있다. 미국은 보조금 축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중국은 관세 인하와 첨단기술 통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의 소득분배와 산업정책은 정상끼리 바꿀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 중국엔 통치방식 자체와 맞닿은 문제다.

그래서 정상회담의 성과는 미국산 대두 및 에너지 구매와 일부 관세 완화, 희토류 공급 안정 등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합의가 나와도 글로벌 불균형의 해결 보단 관세전쟁 재연 시점을 늦추는 데 가까울 것이다. 한국도 남의 일로 볼 수 없다. 미국에서 막힌 중국산 제품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한국으로 향한다. 반대로 중국이 가계소비를 늘리고 시장을 개방한다면 한국에는 기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얼마나 사기로 했는지만 봐서는 안 된다. 중국이 정책의 무게중심을 가계소비로 옮기는지, 미국에서 밀려난 제품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봐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은 갈등의 속도일 뿐이다. 무역갈등의 근원적 해법은 워싱턴의 관세표보다 중국인의 지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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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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