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K-뉴스페이스의 성장 조건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입력 2026.11.09 05:00 수정 2026.11.09 05:00

우주산업, 성장산업이자 안보 직결된 전략산업
기술 개발해도 시장의 부재가 사업화 가로막아
정부가 구매자로 시장 열고 민간투자 이끌어야

김선 한화그룹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K-우주포럼'에서 '대한민국 원팀의 우주주권 승부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로켓발사가 1년에 한 번 있는 전 국민적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 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나 역을 오가는 열차처럼 로켓발사가 일상이 돼야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주최로 지난달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K-우주포럼'에서 김선 한화그룹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이 던진 화두다. 우주산업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압축한 발언이다. 김 부사장은 "우주주권 확보를 가속하려면 민간자본 유치가 필수"라며 "정부가 안정적인 서비스 구매자가 되면 민간은 정부 수요를 믿고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도 뉴스페이스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우주산업은 국가 주도 연구·개발의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우주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기술을 개발했다고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지상에서 성능을 검증한 기술도 우주환경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실제 우주임무에 참여해 기술의 신뢰성을 입증한 이력, 이른바 '헤리티지'(heritage)가 필수다.

문제는 이 과정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자체 자금으로 위성을 발사해 우주환경에서 기술을 실증하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기술을 개발해도 고객이 없으면 사업화는 요원하다. 매출이 없으니 투자받기 어렵고, 투자받지 못하니 실증과 상용화에 나서기 힘든 악순환이다. 산업생태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국내에선 이런 어려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정부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과제가 끝나면 사업도 함께 종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도 지속적으로 매출을 올릴 시장이 없다면 산업생태계가 자생적으로 성장하긴 어렵다.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도 처음부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은 아니었다. 창업 초기 발사체 개발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존립 자체가 위태로웠다. 이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민간 우주수송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NASA는 2006년 COTS(상업용 궤도수송 서비스) 프로그램을 통해 스페이스X의 수송기술 개발을 지원했고 2008년엔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수송을 위한 16억달러 규모의 상업서비스 계약을 했다. 기술개발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실제 서비스를 공급할 시장까지 만들어줬다. 이는 스페이스X가 대규모 후속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미국 정부가 한 일은 단순히 유망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구매할 수요를 만들고, 그 수요를 통해 기업이 후속투자와 시장진출에 나서도록 했다. 정부가 초기고객이자 시장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한국도 이 같은 정책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우주분야의 기술개발과 산업육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연구개발의 성과를 실제 시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실증을 마친 기술과 서비스를 정부가 구매하고 기업이 그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토록 도와야 한다.

우주산업은 이제 경제적 기회를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산업이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위성통신과 지구관측 데이터가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우주주권을 확보하려면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데서 더 나가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지속 발전시킬 산업기반까지 갖춰야 한다. 정부가 초기시장을 열고 민간이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에도 자생적 뉴스페이스 생태계가 자리잡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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