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학교급식법에 따르면 무상급식은 언제든 중단될 여지가 있다. 매년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협상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체장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순간에 지원이 끊길 수 있다.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급식법 개정은 내년 총선의 화두가 될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20일 경남도교육청 집무실에서 박종훈 경남교육감(사진)을 만났다. 그는 전날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상정했던 학교급식법 건의문이 채택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듯, 관련 내용으로 말문을 열었다. 박 교육감은 "도내 무상급식 파행 사태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불통'으로부터 비롯됐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청이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결정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그 동안 어떤 조치를 취했나.
▶돈을 주던 분이 못 주겠다고 한다. 돈을 받아쓰던 입장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다시 달라고 얘기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대화를 제의했지만 홍 지사는 거절했다. 국회의원을 만나 도움을 구했고 도의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홍 지사의 선별복지론을 수용, 기자회견을 통해 "도청이 현재 무상급식 대상자 29만명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녀 등 6만6000명만이라도 지원한다면 나머지 급식비는 시·군청과 교육청이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답이 없었다. 상대가 대화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근본적으로는 학교급식법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행 학교급식법에는 급식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단체장이 원하면 안 줄 수도 있다. 경남은 매년 교육청-도청-시·군청이 식품비 분담 비율에 대해 협의해 왔다. 올해는 도청이 257억원(20%), 시·군이 386억원(30%), 교육청이 482억원(37.5%)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 도청이 입장을 바꾸면서 기초자치단체 측에도 '급식비를 지원하면 도청에서 내리는 교부금을 끊겠다'며 공개적으로 압력을 넣는 바람에 예산이 부족하게 됐다.
-도청 측은 급식비와 관련해 감사를 요청했지만 도교육청이 이를 거절해 지원을 중단했다고 한다.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주장이다. 도교육청은 '경남도 급식지원조례'에 따라 매년 도의 지도·감독을 받아왔다. 교육청이 제출한 정산서를 도가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을 요구하는 식이다. 지난해 8월에도 도청은 '교육청의 지원금 집행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그러다가 돌연 "(지도·감독보다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하지 않으면 급식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대한민국 법령 중에 도가 교육청을 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과도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너희 아이들 밥값 줄테니 마누라 내놔라'는 식인 거다. 그래도 고민 끝에 감사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신 교육청과 공동으로 감사를 하자고 역제안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급식비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뻔하지 않은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무상급식 중단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
▶찬성 여론이 높았던 조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질문 내용 자체도 홍 지사가 '잘했다'는 답변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게 구성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경남도민은 홍 지사가 잘했다는 의견이 38%, 잘못했다가 47%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 중 학부모들은 55%가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무상급식 지속 여부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향후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할 계획인가.
▶선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교육청에서 급식비 몫으로 편성했던 482억원 중 370억원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우선지원대상자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나머지 110억원은 2~3월 급식비로 이미 투입됐다. 4월부터는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남 교육청이 급식 예산을 늘릴 수는 없나.
▶올해 경남교육청 전체 예산이 3000억원 가량 줄었다. 거기다 누리과정 예산이라는 '핵폭탄'도 안게 됐다. 경남만 해도 누리과정 예산으로 연간 288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이것도 예산이 없어 4개월분밖에 편성하지 못한 상태다. 재정적 여유가 생기면 누리과정 예산에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누리과정 지원 역시 전형적인 보편적복지 사업에 해당한다. 재벌집 손자도 누리과정에 등록하면 29만원을 준다. 여기엔 급식비도 포함된다. 여당은 대통령 공약 사업인 누리과정은 무조건 진행해야 하고 초등학생 급식은 '무상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논리에 맞지 않다.
-홍 지사의 서민자녀 지원책보다 무상급식이 우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민자녀 교육지원이 무상급식과 관련 없이 이뤄진다면 완벽히 동의할 수 있다. 도교육청이 4800억원을 들여 시행하는 교육복지 정책의 틈새를 도청이 메워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무상급식 하던 돈을 안 주면서 서민자녀의 학업을 지원하겠다는 말은 '밥값 뺏어서 학원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 '공짜 밥을 얻어먹는다'는 생각 때문에 생기는 아이 마음의 상처는 누가 씻어줄 것인가. 급식비 지원여부가 학생의 심리상태에 아무 영향 없을 것이라는 말은 교육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앞으로 어떻게 무상급식 중단을 막을 계획인가.
▶계속 대화하자고 할 수밖에 없다. 이와 별개로 학교급식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뛰겠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역시 경남 학부모에게 급식법 개정을 약속했다. 내년 총선에는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