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기업 3000개 육성정책에 따라 사회적기업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가치창출과 경제적 이윤,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병태 SK사회적기업가센터장(KAIST 경영대학 교수,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이사)은 "준비 안 된 창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정보와 경영 및 비즈니스모델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컨설팅이 있어야 자생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SK그룹과 카이스트(KAIST)가 국내 최초로 개설한 사회적기업가 MBA(경영학석사) 과정은 사회적기업 창업과 경영에 대한 전문교육을 지원하고,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깊다. 올해 초 2년 과정의 MBA를 마친 1기 졸업생이 배출됐고, 현재 2·3기 생도 사회적기업 창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센터장을 통해 사회적기업 육성 및 생태계 구축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SK사회적기업가센터를 소개해 달라.
▶센터는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 양성을 위해 2012년 카이스트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2011~2013년 카이스트 경영대학 학장을 맡았는데 인류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경영대학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당시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SK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지속가능하며 혁신성 있는, 자생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기업가를 배출하는 데 뜻을 함께해 세계 최초 2년제의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개설했다.
사회적기업가 MBA는 사회적기업으로의 창업을 전제로 하는 세계 최초 유일한 과정이다. 때문에 MBA 교과과정 개발부터 실전창업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센터가 만들어지게 됐다.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의 큰 특징과 단계별 주된 목적은.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은 2013년 1기를 모집해 올해 첫 졸업생이 배출됐다. 교육과정은 크게 △가치관 교육(Being) △경영지식 습득(Knowing) △실천력(Doing)으로 나뉜다.
사회적기업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더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관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실제 창업을 해야 하니 실천력이 있어야 하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돌파력이나 정신력 등이 필요하다.
교육 초기에는 '사회적기업가란 무엇인가', '기업가정신',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등 자신의 소명이나 비전을 개발하는 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그들이 해결할 사회문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하고 어떤 소명의식을 갖게 됐는지, 어떤 기업이 될 것인지 비전 등을 심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창업은 실천력이 있어야 하므로 창업지원과정을 통해 고객을 직접 만나고, 팀을 구성하고, 자본금을 모아오고, 투자자들을 만나는 실천력 중심의 창업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반 MBA와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다.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 지원 외 센터가 하고 있는 일은.
▶센터는 MBA 교과과정 개발 및 지원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며 동시에 연구기능을 수행한다. 사회적기업연구총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가학회 설립을 주도·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화그룹 등 여러 곳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기업 경영교육을 비학위과정으로 해오고 있다. 많은 사회적기업가가 단기과정으로 경영교육을 수료했으며 곧 교육생 모집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기업가 MBA 학생들의 사회적기업들이 심사를 거쳐 입주해있으며 전문 인큐베이팅 매니저가 상주해 입주기업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지원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기업가를 만나고 있겠다.
▶일반기업도 물론 그렇지만 사회적기업의 창업아이템은 매우 다양하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글로벌 역량도 잘 갖춰져 있다. 학생들 중에는 국내의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많다.
예를 들어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거나, 적정기술을 활용해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거나, 사회적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다큐멘터리 제작감독도 있다. 또 수많은 미술가·음악가의 경제활동 및 예술의 거래시장을 대중화하겠다는 학생도 있으며 사회적약자를 건강한 시민으로 살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고민도 끊임이 없다.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며 고민이 있다면.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이나 경제력을 갖추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이 MBA 과정을 만든 이유도 그것이다. 한국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고용노동부가 맡아 주된 목적이 취약계층 고용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부지원책에 의존해 만들어진 기업이 있다. 초기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물론 약간의 지원책은 필요하다. 다만 국민의 세금이 흘러들어가 복지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이 중단돼 사회적기업의 고용효과도 뚝 떨어졌다. 정부지원이 끊어지니 바로 해고를 한 거다. 자생력이 없다는 것.
정부가 많은 대학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청년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공창업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원인 중 하나는 준비 안 된 창업을 많이 한다는 점, 둘째는 창업을 육성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교수 위주로 돼 있다는 점, 셋째는 자금의 문제다. 센터가 추구하는 사회적기업은 자생력이 있는 기업이다. 정부의 공공성 의존보다는 자생력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어야 하겠다.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가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첫째는 본인이 가치지향적인 삶을 사는 데 확신이 있는가이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사회가 만들어준 틀에서 건강한 생산활동을 하는 사람이 될 건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보람을 느낄 건지 분명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가치지향적 삶에 대한 철저한 고뇌가 있어야 어떤 어려움이나 유혹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둘째는 '내가 창업가(사업가)가 될 수 있는가'를 여러 번 자문해야 한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취업이 안 돼 창업'이란 위험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이므로 사업을 해본 분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우리는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불확실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구구성의 변화도 매우 급격하다. 우리사회에는 앞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문제가 너무 많다. 새로운 문제는 많이 등장하는데 해결책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상향식(Bottom Up) 방식으로 작은 시도를 해야 다변화가 일어나는 사회가 됐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젊은 세대들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됐다는 의미다. 큰 역사흐름 속에서 자기역할을 잘 생각해보면 이런 불확실성과 어려움 속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다.
-목표 또는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일반 투자자도 탐낼만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는, 혁신성 있는 사회적기업을 만들 계획이다. 아울러 규모가 큰 사회적기업 창업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 현재 조그만 자영업이 아닌 대규모 형태의 기업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몇 개 진행되고 있다. 꼭 성공시켜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알려져 있던 것과 차원이 다른 혁신성·기술성 있는 사회적기업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