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7231명, 155개 대학, 500억원. 올해로 도입 9년차에 접어든 학생부종합전형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다.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총 155개 대학 6만7231명이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학생부종합전형 실시 대학에 500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입학사정관 전형의 맥을 잇고 있다. 수능 외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대입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2007년 시작된 입학사정관 전형은 2008학년도 입시 때 10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된 이후 점차 확대돼 국내 대표전형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대학들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없어질 전형'이라는 생각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평가 기준이 모호해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많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중앙대 입학처와 협의해 이 대학 학생부종합전형인 '다빈치형인재 전형'의 평가 과정을 밀착 취재해 공개하기로 했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과정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니투데이 취재진은 지난 2일과 16일, 차정민·장준호 입학사정관의 도움으로 중앙대 입학처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빈치형인재 전형 평가 과정을 열람했다.(단, 지원자 평가에 대한 설명은 입시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어 2015학년도 지원자의 사례로 갈음했다.)
◇명확한 평가 기준은 없다… 말 그대로 '종합적 판단'
2일 오후 중앙대 영신관 204호. 겉으로 봐선 여느 대학의 작은 전산실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 강의실이 중앙대에 지원한 학생들의 평가가 모두 이뤄지는 곳이다. 학생부종합전형 서류 평가는 이 곳에서만 가능하다. 출입문은 ID카드를 대야만 열리는데, 전임사정관 16명과 위촉사정관 44명의 ID카드 외에는 인식이 되지 않는다.
평가실 안으로 들어가니 컴퓨터 30대 앞에 교수들이 앉아 각자가 맡은 학생들의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맨 앞 줄의 책상에는 '입학사정관' 석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차정민 사정관은 "위촉사정관들은 모두 일반 학과 교수들인데, 미리 교육을 받고 오더라도 평가 시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이를 전임 사정관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조용한 평가실을 나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평가 기준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종합' 전형이라곤 하지만 내신 성적이 평가 항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내신 등급보다 더 낮은 학생이 합격할 경우 공정성에 심각한 의혹을 제기한다. 성적 외에도 수치로 셀 수 있는 봉사활동 시간, 독서활동 기록 등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차 사정관은 "평가 기준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봤을 땐 명확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평가위원들이 심사 시 사용하는 '중앙대학교 종합평가시스템'을 공개했다.
각 대학은 평가위원이 사용할 프로그램을 제작해 둔다. 중앙대 종합평가시스템에는 중앙대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시각이 정확히 구현돼 있다. 이를테면, 지원자 서류 항목의 탭이 왼쪽부터 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교과)>학교생활기록부(비교과)>추천서 순으로 나열돼 있다. 차 사정관은 "자기소개서를 먼저 읽은 후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학생부에서 확인하라는 의미에서 서류 항목 검토 순서를 정했다"며 "대학마다 다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에는 수많은 세부항목이 구현돼 있어 사정관들의 평가를 돕는다. 장준호 사정관이 지난해 심리학과에 지원했던 A학생의 교과 항목을 클릭했더니 이 학생의 과목별 등급 막대 그래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국어 2.1등급, 영어 1.6등급, 수학 1.3등급, 사회 2.0등급, 과학 2.6등급이 각각 파란 막대로 기록돼 있었다. 파란 막대 옆에는 검정 막대로 표시된 수치도 있었는데 이는 "심리학과 전체 지원자의 과목 등급을 나타낸다"고 장준호 사정관이 설명했다.
성적 향상도가 높은 학생들은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보였다. 교과별 성적 추이는 꺾은선 그래프로 따로 구현돼 있어 오르내리는 정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차 사정관은 "일부 학생이 어떤 계기로 인해 성적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학생부 비교과 항목 평가 시에도 절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 상이나 스펙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사정관들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시상한 내역 등을 교차 점검해 부풀리기 의혹을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평가 프로그램에는 지원자의 학교 정보를 볼 수 있는 항목이 있다.) 장준호 사정관은 B고교 출신 C학생의 학생부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학생은 영어 수업 시간에 활동한 내역이 굉장히 많아요. 6주간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회화를 공부했고, 영어 팀 활동에서 에디터 역할을 하기도 했네요. 하지만 B고교는 영어중점학교이기 때문에 워낙 관련 활동이 많아요. 그러면 이 학생이 한 활동이 개인의 학업적 흥미로 인해 한 것인지, 시켜서 한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같은 해 중앙대에 지원한 B고교 재학생의 학생부를 살펴봅니다. 영어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의 활동을 똑같이 긁어붙였을 지도 모르니까요."
이렇게 출신 고교에 대한 정보를 검토하는 것이 일종의 '고교 등급제'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차 사정관은 "고교 등급제는 학교에 점수를 일괄 부여한다는 것인데, 같은 학교 내에서도 내신 등급이 더 낮은 학생이 붙기도 하는 등 경우에 따라 점수 가감의 정도가 다른 만큼 학교 정보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객관적 평가 위해 평가위원 교수에 대한 평가도 진행"
각 대학 입학처가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중앙대의 경우 지원자 1명의 심사를 2명의 사정관이 담당하고, 평가가 모두 끝난 후엔 심의위원회를 열어 평가가 애매했던 지원자 평가를 재차 검토한다. 차 사정관은 "교수 간의 점수 차가 극명히 갈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올해는 이 같은 이유로 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언급이 됐던 학생이 전체 지원자 6351명 중 28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교수들은 각 평가 과정에서 점수를 매기는 동시에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마련된 △가감 점수에 대한 근거 △서류평가 총평 △면접질문 항목을 채워둬야 한다. 기록을 꼼꼼히 해 후속 평가 과정에서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다만 이 모든 평가 과정은 평가위원의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르게 분포됐을 때 가능하다. 입학사정관 중 다수를 차지하는 위촉평가위원은 일반 교수들이기 때문에 지원자 평가 역량은 낮을 수 있다. 실제로 입학평가장에서 만난 한 교수는 "입학 심사 업무를 여러 번 해서 이젠 20분만 훑어도 지원자 한 명의 총점이 나온다"고 말했지만 장 사정관은 "많게는 1시간 넘게 보는 교수들도 있다"고 설명했다.(평가 시간은 입학처가 관리하는 종합평가시스템 로그인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입학처는 역량있는 평가위원을 고르기 위해 지원자 평가기간 내내 교수들의 평가 태도를 점검한다. 이산호 처장은 "틈틈이 교수들의 로그인 기록을 점검하고 평가장소에 들러 교수들의 태도를 기억해 둔다"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심의위원회에 들어오는 교수는 한 자릿 수로 따로 선발한다"고 말했다.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선정이 비밀리에, 정확히 진행돼야 한다. 이 입학처장은 "9월부터 공문을 모두 보내서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수험생 자녀나 조카가 중앙대에 지원할 경우 신고를 받아 이 분들은 평가위원에서 제외시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과 달리 중앙대는 교수들이 자신의 소속학과에 지원한 지원자는 심사하지 않는다. 심사위원 명단이 미리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함이다. 이 처장은 "대신 동일계열 내 성격이 유사한 학과 교수들이 심사를 맡는다"고 말했다.
다만, 재단 이사장 등 학내 윗선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차 사정관은 "(이사장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면서도 "교수들의 경우 평가 지침을 너무 자세하게 내려도 반발할 정도로 재량권에 대한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설사 누군가 개입하더라도 이것이 실제 평가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부종합전형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원자들의 의식도 변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정민 입학사정관은 "최종 평가 단계인 심의위원회에서는 주로 자기소개서를 표절한 친구들이 자주 언급된다"며 "아직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유사도검색시스템을 돌려보면 한 해에 10명 정도가 자소서 표절로 적발된다"고 말했다.
"교사의 추천서는 유사도가 6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오타까지 틀린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경우는 친구나 선배의 자기소개서를 입수해 베끼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요, 소명하라고 전화를 하면 '자신은 절대 그런 적 없다'고 부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의 경우 심의위원회에 보고가 되는데, 아쉽게도 자소서를 베껴 쓸 정도로 불성실한 학생들은 대부분 합격권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이더군요.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큰 합격비결은 노력이란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