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규 분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청약에 당첨만 되면 거액의 '웃돈'을 기대했던 과거와는 달리 서울에서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사라진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분양단지에서는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이 거래되기도 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의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와 서초구의 신반포자이 등 일부 신규분양 아파트들의 분양권 실거래가는 분양가와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D(이하 전용면적) 유형은 7층 이상이 6억9930만원에 분양됐지만 지난달 9층과 12층 매물은 각각 6억83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보다 1600여만원 적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다른 주택형도 상황은 비슷했다. 6억5900만원에 공급된 84㎡A형 2층은 지난달 1000만원이 빠진 6억49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7억9900만원에 분양된 97㎡A(7층 이상)는 7억8200만원(8층), 7억7700만원(9층), 7억9200만원(17층) 등에 거래됐다.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 500만~1000만원 미만이었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가 시작된지 얼마 안 됐고 실수요자가 많아 웃돈이 크게 기대되는 사업장은 아니다"라며 "실제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3.3㎡ 당 평균 4290만원이라는 초고분양가였음에도 평균 청약경쟁률 37.8대1로 조기 마감해 이목이 집중됐던 '신반포자이'는 청약 열기와는 달리 분양권 프리미엄은 높지 않았다. 10억~11억5800만원에 공급된 59㎡의 분양권은 10억~11억6600만원 사이에서 실거래가 이뤄져 분양가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전매제한이 없는 신반포자이는 당첨 이후 계약금 5000만원만 치르면 바로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낮은 웃돈으로 매물을 내놓으면서 프리미엄이 적게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66가구가 일반분양된 59㎡는 계약 이후 지난달 말까지 39건이나 손바뀜이 일어났다.
잠원동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계약 초기 손바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수요가 많았다는 증거"라며 "2차 계약금을 치르기 전에 단 몇 백만원이라도 시세차익을 보려고 매물을 내놓은 당첨자들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동대문구의 '힐스테이트청계'와 성동구 '왕십리자이', 은평구 '힐스테이트백련산4차' 등에서도 분양가와 엇비슷한 가격에 분양권이 거래됐다.
분양가 5억3300만원인 왕십리자이 59㎡ 분양권은 지난달 웃돈 200여만원이 더 붙은 5억3550만원에 거래됐고 84㎡는 분양가보다 500만원 적은 6억39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힐스테이트청계 84㎡와 힐스테이트백련산4차 84㎡ 역시 분양가와 분양권 실거래가의 차이는 없거나 1000만원 이내였다.
은평구 응암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고 분양 시장도 좋아지면서 분양가들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나빠져 웃돈이 붙을 여지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규제 등으로 침체된 기존 재고주택 시장 분위기가 신규 분양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분양권 프리미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부동산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가 어려워 웃돈 형성도 쉽지 않다"며 "총선 이후 대규모 물량이 대기하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부동산 시장 키워드는 '양극화 현상'"이라며 "강남권 등 웃돈이 기대되는 곳과 아닌 곳의 청약 성적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달 공급이 몰리면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며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시장 침체가 더해지면 마이너스 프리미엄 단지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