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의 한 공원 화장실에서 고등학생 A군(17)이 초등학생 여학생 B양을 성폭행 한 뒤 현장서 붙잡혔다. 앞서 2013년 6월 청주 상당구 서문동의 한 공원 장애인화장실에선 A씨(34)가 B씨(42)를 성폭행하려다 B씨의 강한 반발로 미수에 그쳤고, 같은해 4월엔 군산의 한 공원 여자화장실에서 중국인 C씨(33)가 몰래카메라를 찍으려다 붙잡히기도 했다.
범죄상황 시 외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서울시내 공원 여성화장실에 절반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벨이 설치된 화장실도 전체 67%는 별도의 긴급신고 없이 건물 밖에만 위험을 알리는 수준이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화장실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했지만, 공원 내 화장실 치안은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공원화장실 비상벨 현황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시내 공원 928개소의 여성화장실 2295칸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1122칸으로 전체의 48%에 불과했다. 공원 화장실에서 여성이 범죄 상황 등을 겪어도 2명 중 1명은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는 서울시가 강남역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공원화장실 현황을 전수조사해 처음 나온 것이다.
통상 공원 화장실은 한적한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범죄의 '사각지대'로 꼽힌다. 특히 일반 화장실보다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행인도 드물어 여성이 비상시 크게 소리쳐도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유사시 누르기만 하면 초소나 관제센터로 연결되는 '비상벨' 설치의 중요성이 강조돼 왔다.
공원 내 장애인화장실은 여성화장실보다 치안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장애인화장실 총 654칸 중 비상벨이 설치된 곳은 전체 44%인 293칸에 불과했다. 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도움이 더 필요하고 범죄에 노출되기 싶지만, 비상벨은 더 부족한 것이다.
공원 수유실은 전체 24곳 중 16곳(66%)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어 화장실 대비 나았지만, 8곳(33%)의 치안은 불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벨이 설치된 화장실도 치안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비상벨이 설치된 전체 1431곳 중 956곳(67%)은 인근 경비초소나 관제센터와 연계돼 있지 않았다. 비상벨을 누르면 화장실 스피커를 통해 외부에 도움을 청하는 음성메시지가 나오는 정도다. 이 경우, 비상벨을 누른 시간에 지나가는 행인이 없거나 무시하고 지나가면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위험하다.
관제센터와 연계된 곳은 46곳(3.2%)에 불과했고, 나머지 29.6%는 인근 초소에 위험을 알리는 정도였다. 관제센터 경보 설치비용은 1개당 100만원으로 스피커 경보(7만원)보다 93만원 비싸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2018년까지 예산 7억원을 투입해 비상벨 2765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경비초소가 없는 소공원도 자치구와 협의해 인근 치안센터와 연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