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학생을 위한 교육장이지 지역주민을 위한 체육장이 아니다. 학부모도 교문 출입시 학부모출입증을 걸고 가는 세상이다." (고등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씨)
"쉽게 말해 성병 걸린 사람들도 학교에서 배드민턴 하다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본다. 그 변기 위에 당신 딸도 앉는다고 생각해봐라." (서울 성북구 소재 초등학교 교장)
학교시설 개방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공청회 현장은 분위기가 살벌했다. 외부인의 학교출입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학부모들과 학교 교장 및 교직원들의 목에는 핏대가 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의견을 반영해 현행법 보다 더 나은 수정안을 만들었다고 설득했지만,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개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시설을 개방해 성추행 등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는 고등학교 교사 A씨는 "교육청이 (학교 시설 개방을) 막지 않고 오히려 정책홍보를 한다"면서 "성추행 뿐만 아니라 학교에 일반인이 들어와 학생이 사망한 사건을 잊었냐"고 따졌다. 이어 "외부인이 버린 담배꽁초를 누가 줍냐. 먹고 난 음식물 쓰레기는 누가 버리냐. 또 아이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돌아서서 담벼락에 소변을 보고 (바지) 자크를 올린다. 우리 국민 의식 수준이 그렇다"고 비판했다.
학교시설 개방 여부를 학교장 자율로 하는 등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초등학교 학부모 B씨는 "학교장이 자율적으로 개방한다고 하면서 사고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이 외부인때문에 다치거나 하면 누가 책임지냐"고 지적했다.
수정안 제3조(개방의 원칙)에는 학교시설 사용허가 여부는 학교장이 교육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16조(의무 및 책임) 6항에는 학교장은 학교시설 개방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해당 자치구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사용료의 60%를 감면한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마포구 관내 학교 행정실장 C씨는 "모 단체에 학교 강당을 1년 빌려줬을때 907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수정안 기준대로라면 554만원으로 거의 반토막이 난다"면서 "여기에 냉난방 등 시설개방에 따른 공공요금이 1690만원이다. 결과적으로 연간 1100만원의 학교예산이 지역주민의 체육활동으로 인한 공공요금으로 나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육청은 예산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 지원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했지만 서울시 조례 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론은 교육청 조례만 개정해 학교만 덤터기를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학교시설 개방과 관련된 내용은 교육청 조례가 아닌 교육감 관할의 교육규칙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학교시설개방 내용을 조례로 지정한 곳은 서울시교육청이 유일하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의견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정안을 통과시키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9월 말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현행법은 학교시설 개방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와 함께 △1일 3시간으로 제한 △학교장 자율로 결정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19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28일에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