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처럼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들이 서울시 조례에서 '유아차' 등 낯선 단어로 대체되고 있다. 인권 침해적이거나 순우리말이 아닌 단어는 대체어로 바꾸라는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지적 때문이다.
28일 서울시 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로 7017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 조례, 에너지 조례 등과 관련한 일부 개정안에 이 같은 시각이 반영됐다. 시 의원들이 서울시 인권 조례나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자치법규 개선 권고 사항을 담아 조문에 등장한 표현을 변경하는 작업에 나선 것이다.
서울로 7017 관련 조례 일부 개정안은 '행상 또는 노점'을 '거리가게'로, '유모차'를 '유아차'로 표기를 바꾸는 내용이다.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 일부 개정안도 행상 또는 노점을 거리가게란 낱말로 수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에너지 조례 일부 개정안엔 '에너지빈곤층 등 에너지 소외계층'을 '에너지취약계층'으로 바꾸는 내용이 실렸다.
앞서 서울시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차별적 용어가 사용된 자치법규가 인권침해적이라며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유모차는 '어미 모(母)자만 들어가 평등육아 개념에 반하는 용어'다. 또 행상 및 노점상에 대해선 '거리가게'라는 순우리말로 순화하라고 했다.
소외계층이나 우범지역은 차별적 용어고 취약계층 취약지역이 낫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뿐 만 아니라 '자매결연'은 '상호결연'이라고 바꾼 뒤 영어 표기인 'sister city'를 괄호에 넣어 병기하라고 했다. 자매결연은 한국법제연구원에서 규정한 차별적 용어기도 하다.
인권 침해 성차별 등을 피하기 위한 대체어 사용은 시민들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 관념을 확산하자며 안사람을 배우자로, 시댁을 시가로, 친할머니·외할머니를 모두 할머니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 다만 기존 자주 쓰이던 단어를 생경한 대체어로 바꾸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각도 있어 오히려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용어 선정이 (사전 공감대 조성 없이) 일방적이거나 편향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시민이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관(官) 주도의 또는 지배 엘리트 중심의 용어 선정이 현실을 과장되게 긴장하고 갈등의 국면으로 전제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