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 경기 침체에 유흥업소 코로나 '폭탄'… 지금 거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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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6 17:39

"해수보양온천 집단감염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한숨
유흥업소 밀집 지역 상인들 '좌절'…가게 매물 줄줄이

지난 14일 거제 옥포동 소재 목욕탕을 들른 유흥업 종사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으면서 지역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진은 거제 옥포동 소재 목욕탕 건물. © 뉴스1 김다솜 기자

(경남=뉴스1) 김다솜 기자 = 16일 낮 12시. 경남 거제시 옥포동 소재 목욕탕에서 분홍색 목욕 바구니를 든 사람이 빠져나왔다. 건너편 빌라 계단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정임씨(71·여)가 낮게 읊조렸다.

“짐 챙기러 왔나 보네. 코로나는 나라님도 못 말리는데 우짜겠노.”

정씨 옆에 앉아있던 박균자씨(65·여)도 “자기가 걸릴 줄 알고 그랬겠나”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두 사람은 88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옥포동으로 이사 왔다. 그즈음 생긴 목욕탕은 오랫동안 동네 터줏대감 노릇을 했다. 그런데 14일 여기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던 목욕탕은 굳게 문을 걸어 잠갔다.

거제시는 15일 0시부터 21일 24시까지 7일 동안 관내 42개소 목욕장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확진자들 중 한 명이 유흥업소 종사자로 알려지면서 옥포동 일대가 뒤집어졌다. 목욕탕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다. 이 확진자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곳을 다니면서 일을 해왔다.

16일 오후 5시 기준, 옥포동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 수는 모두 46명에 이른다.

거제 옥포동 소재 유흥업소 밀집 지역 상권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업소 종사자로 알려지면서 숨죽인듯 한산하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 유흥업소 관련 확진자 나오자 “공쳤다”

거제는 이미 코로나로 몸살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거제해수보양온천에서 시작된 감염으로 두 달 사이 확진자가 85명까지 불어났다. 요양병원, 조선소까지 연이어 확진자가 나왔다. 이제야 숨통이 트이나 싶더니 또다시 지역 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거제의 기둥은 조선업이다. 2016년부터 조선업계가 휘청이면서 지역 경제 경기도 안 좋아졌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조선업 노동자들도 발길이 예전만 못하다. 여기에 코로나19 지역 확산까지 덮치면서 어려움은 더 깊어지고 있다.

옥포동 유흥업소 거리에 위치한 한 공영주차장은 차량 6대가 정차해 있다. 주차 가능 대수는 50대. 주차관리원 신복수씨(73)는 “밤이면 주차장이 늘 만차인데 지금은 3분의 1을 채울까, 말까 한다”면서 텅 빈 주차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옥포동 유흥업소의 화려한 출입문에는 집합금지명령 고지문과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있다. 거제시는 관내 유흥업소 등 565개소에 대해서도 15일 0시부터 29일 24시까지 14일 동안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유흥업소가 타격을 입으면서 주변 상권은 숨죽이고 있다.

빈 가게마다 ‘임대’라는 표지판이 나붙어있다. 권리금 안 받겠다는 가게도 수두룩하다. 옥포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권리금 안 받고 내놓은 매물이 많고, 그나마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라며 “장사하면 오히려 손해 보니까 문 닫고 버티는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도 인건비 때문에 걱정이 크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특성상 혼자서 할 수 없어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 B씨는 “지난해 집단감염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났다가 이제야 다시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일이 터졌다”며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인건비 충당이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거제 옥포동 소재 모 유흥업소 문이 닫혀있다. 유흥업소 종사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거제시 관내 유흥업소가 모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받았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유흥업소가 문을 닫으니 인근 고깃집이며, 술집이며 모두 초토화다. 그나마 문을 연 음식점도 대개 해장거리를 찾는 아침 손님을 위한 곳이다. 옥포동에서 39년째 복국집을 운영해온 김대호씨(57)는 가게 앞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몇 모금 빨아 당기다 담뱃불을 툭툭 털어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김씨는 체온측정계를 가리키면서 “안전하게 식사하시라고 비싼 돈으로 들여오면 뭐 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출입 고객 명부로 손이 갔다. 김씨는 “어제는 완전 공쳤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김씨는 한때 하루 약 250만~300만 원 매출을 올렸지만, 이제 얘기가 달라졌다. 어제는 공쳤고, 오늘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손님 2명을 받은 게 전부다.

◇ 숨어있는 유흥업소 종사자를 찾아라

우려에, 우려를 더 하는 건 숨어있는 유흥업소 종사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직업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유흥업소 종사자 특성상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인 검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걱정이 남는다.

옥포동 유흥업소 밀집 지역 인근에서 얼마나 더 많이 확진자가 추가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유흥업소 종사자 일부가 술을 마신 옥포동 모 포차에서만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흥업소 종사자를 빠르고, 많이 검사받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명국 거제시 보건과장은 “확진자를 찾아내는 일에 주력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가능한 많이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n차 감염이 지역에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유흥업 점주들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많은 인원의 종사자들을 접촉할 계획이다.

거제시는 16일 오후 2시 옥포수변공원에 선별진료소를 차렸다. 최대한 빨리, 많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게 해 지역 사회로의 n차 감염을 막겠다는 취지다. © 뉴스1 김다솜 기자

거제시는 전날 고현동에 위치한 거제체육관에 이어 오늘은 옥포수변공원에 선별진료소를 차려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검사를 한다. 선별진료소 안에서도 검사 줄은 4개로 나눠 검사자를 받았다. 거제시청, 거제보건소 등 공무원 20여 명이 방역인력으로 투입됐다. 이들은 검사자 간 1m 거리 간격을 맞추기 위해 초록색 테이프를 바닥에 바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울어서 빨개진 눈을 연신 비비면서 엄마 팔을 잡아당겼다. 검사를 받기 무서워서, 받고 나니 아파서 이유는 달랐다.

두 딸을 데리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김민주씨(36·여)는 세 번이나 줄을 섰지만, 돌아서야 했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싫어하는 큰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갑자기 터진 집단감염에 김씨는 “폭탄 맞은 기분”이라며 “큰딸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리고 나섰다”고 전했다.

박주영군(16)은 동급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박군은 “어제 거제체육관에서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주차장까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포기했다”며 “오늘이라도 빨리 검사를 받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시는 옥포동 소재 유흥업소와 목욕탕 방문자 및 접촉자 등 총 3596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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