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람 앞 등불' 대학들, 지원금 는다고 문제 해결될까

최민지 기자
2021.07.07 05:50

"언제까지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고등교육 예산을 달라고) 저자세로 설득해야 합니까. 오히려 기재부가 나서서 지원해줄테니 제대로 써보라고 해야할 것 아닙니까."

이달 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한 4년제 대학 총장이 정종철 교육부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한 말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130여명의 대학 총장 중 몇몇은 이날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규제를 풀고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요지는 비슷했다. 특히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대교협 회장)은 교육부에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현행 1조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등교육 지원을 위한 특별회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대교협도 '대학위기 극복방안'이라는 제목의 규제 개선 요구안을 내놨다. 특히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와 관련해 재정 부담을 가중 시키는 강사강의료, 전임교원 확보율 등을 제외하고 지원 대학의 범위를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대학들의 예산 확대, 규제 완화 요구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전대미문의 정원미달 사태가 발생했고 교육부가 유지충원율 등을 고려한 정원 관리에 나서자 대학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대학의 요구에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관련 기사에는 늘 "대학이 너무 많다" "없어질 대학은 없어져야 한다"는 차가운 댓글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교협의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학의 자구 노력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지원금을 늘어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하지도 못했다.

대학에 돈 줄이 마른 건 알겠다. 이날 만난 한 총장은 자신의 연락처와 함께 대학발전기금 계좌번호를 새겨넣은 명함을 건넸다. 한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 등록금이 오르지 않다보니 우리 월급도 수년 째 동결"이라는 '웃픈'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등록금 규제를 풀든, 지원금을 대폭 늘리든 대학에 돈이 투입되면 과연 생각하던 그림이 나올까. 불신의 고리를 해소하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일 수 있다.

최민지,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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