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인 가구처럼 1인 가구도 안정적인 주거 지원이 필요합니다. 결혼 생각이 없는 데 양육비 지원 등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결혼 계획도, 부양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IT(정보통신) 기업 3년 차 30대 사원 김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왕복 3시간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자신만의 시간 투자를 위해 김 씨는 독립을 선택했다. 월급의 최소 4분의 1이 매달 고정비로 나가는 게 부담이지만 김 씨는 '1인 가구'를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김 씨처럼 '1인 가구'는 한국 사회에서 대세가 됐다. 세 집 중 한 곳은 '나 홀로 가구'라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주거, 안전, 생계 등 대부분 3~4인 가구를 위한 정책들이다. '1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지원은 무엇일까. 바로 '주거지원'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주거비가 상승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전체 가구의 34.9%인 약 139만 명이 1인 가구였다. 1980년(8만 2000명) 대비 40년 만에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서울 인구는 199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인 가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47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약 37.2%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은 매년 대학 진학, 취업 등의 이유로 만 19~29세의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중장년층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 살고 있는 1인 가구가 가장 원하는 정책은 '주거지원'이었다. 서울시가 지난 5~6월 서울에 거주하는 만 20~69세 1인 가구 1000명을 대상 설문조사 결과, 1인 가구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정책으로 '주거지원'(51.8%)이 1위로 꼽혔다. 이런 요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생)에 속하는 20대(60.8%)와 30대(63.4%)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응급상황대응(17.5%), 안전(11.7%), 경제적 여건 개선(9.6%), 건강(4.5%), 1인 가구 인식개선(3.5%), 지역사회 관계망 지원(1.4%)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 관심도는 달랐다. 40·50·60대는 공통적으로 응급상황대응을 1순위로 꼽았다. 20·30대에서는 안전 정책이 2순위로 뽑혔다.
20 ·30대의 주거지원 정책 요구는 나날이 치솟는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1인 가구 79.5%는 전·월세 형태로 주택 등에 살고 있었다. 자가는 19.1%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1인 가구의 주거 관련 지출비중은 39.2%로 주거비 과부담 수준인 소득의 30%를 상회했다.
주거지원 정책 중 가장 필요한 것은 1인 가구에 불리한 아파트 청약제도 개편(29.4%)이었다. 1인 가구와 무자녀 신혼부부 등 2030 세대의 아파트 청약 당첨은 제로에 가깝다. 현재 청약제도에서 1인 가구는 청약가점을 54점 이상을 넘지 못해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당첨자 최저 가점은 67.2점이었다.
1인 가구가 된 이유로는 40%가 '혼자 사는 생활이 자유롭고 편해서'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학교나 직장 등 외부환경 때문에(35.8%), 함께 살던 가족의 사망·이혼·별거 때문에(10.9%), 함께 살던 가족의 이민·이사 또는 독립 때문에(9.3%), 함께 살던 가족과의 불화 때문에(3%)를 꼽았다.
1인 가구의 생활만족도는 대체로 높았다. 72.5%는 본인 생활에 만족감(만족 53%, 매우 만족 19.5%)을 나타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만족도가 높았다. 20대가 81%로 가장 높았고 30대(77.1%), 40대(70.7%), 50대(62.5%), 60대 이상(58.7%) 순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면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44.5%가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꼽았다. 이어 밥 먹기(22.6%), 주거활동(17%),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활동(7%), 여가활동(3.5%), 문화생활(2.8%) 등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달랐다.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는 여성이 51.7%로 남성(37.5%)에 비해 높았고 '밥 먹기' 응답 비율은 남성(31.1%)이 여성(14%)에 비해 높았다.
그래도 1인 가구 중 42.3%는 '앞으로도 계속 혼자 생활할 것 같다'고 답했다. 1인 가구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여성(48.6%)이 남성(36.1%) 보다 높았고 60대(63.2%)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장은 "1인 가구 정책은 성·연령 등 가구의 특성에 따라 정책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1인 가구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맞춤형 정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