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에 매물 1만개가 증발했네요. 지금 올라와 있는 매물이 사라지면 더 줄어들 것 같아요."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다. 체감 시장을 반영하듯 매물 감소에 대한 불안이 드러난다. 막연한 불안감이 아니라 실제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해 시장 유동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강하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세 중과 부활을 예고하고 4월까지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는 급매 성향이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시장에서는 이전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매물 출회가 멈추고 보유가 강화되며 거래가 위축되는 것이다. 사실상 '잠김'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전세시장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매도 대신 임대 유지가 늘고 기존 세입자와의 재계약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구조다. 여기에 입주 물량 감소까지 겹치며 전세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매매는 멈추고 전세만 오르는 이중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흐름도 눈에 띈다. 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선택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에 매물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래 위축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세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유통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시장 '잠김'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고민할 시점이다. 우선 전세 공급을 유도할 수 있는 임대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 민간 임대 물량이 실제 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유인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단기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입주 물량 관리도 병행돼야 한다.
증여에 대한 과세 체계 정교화도 필요하다. 매도보다 증여가 유리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거래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제 정책이 매물 유도를 목표로 한다면 시장 참여자의 선택 구조부터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은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니라 정책에 따른 공급 축소의 결과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규제 강화뿐 아니라 시장 흐름을 되살리는 '잠김 해제' 버튼도 함께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