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50원에 양심 판 공짜 지하철족…노인교통카드만 '벌금 13억'

기성훈 기자
2023.02.10 05:30

지난해 총 5.9만건 무임카드 부정 적발 중 절반 차지..적발땐 31배 부가금 내야

지난달 말 서울의 한 2호선 지하철역. 출근시간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온 승객들이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찍을 때마다 삑 소리가 연거푸 울렸다.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시선이 그쪽을 향한 순간, 한 개찰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65세 이상 노인이 무임승차할 수 있는 어르신 교통카드(경로우대권)를 사용했다는 표시다. 하지만 이를 사용한 승객은 40대 남성이었다.

지하철 만성 적자의 주범으로 꼽히는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에서 적발된 부정승차 중 절반 가량이 '경로우대권'을 이같이 사용한 사례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1~8호선 부정승차 단속 현황 '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적발된 부정승차 건수는 총 5만9490건(약 25억9473만원 규모)에 달했다. 매일 163건의 부정승차가 이뤄진 셈이다.

이 중 '경로우대권'을 이용한 부정승차는 3만537건으로, 전체의 51.3%를 차지했다. 이에 따른 부가금은 총 13억4012만원이 징수됐다. 경로우대권은 발급대상자인 본인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이용하면 부정승차가 된다. 이에 따라 단속에 의한 현장 적발만 부정승차를 가려낼 수 있다.

부정승차로 적발되면 부정승차 구간의 1회권 운임과 그 운임의 30배를 부가금으로 내야 한다. 1회용 교통카드 기본운임이 1350원이기 때문에 부가금은 최소 4만1850원이다. 경로우대권에 이어 장애인우대권(1만5102건·6억7156만원)과 국가유공자우대권(444건·2034만원) 등의 순으로 부정승차 사례가 적발됐다. 공사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부정승차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단속 인력이 부족해 실제 이뤄지는 부정승차에 비해 적발 건수가 미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일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스1

공사는 무임승차 제도를 악용하는 승객을 잡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일단 개찰구에서 나는 소리와 발광다이오드(LED) 색깔로 승차권을 구별하도록 했다. 일반 성인용 승차권은 '삑' 소리가 한번 울리지만, 경로우대권 등을 이용하면 '삑삑' 두 번 소리가 난다. 여기에 경로우대권을 찍으면 빨강색, 장애인우대권은 노랑색, 유공자권은 빨강·파랑색(1~4호선) 및 보라색(5~8호선)으로 표시된다.

빅데이터 분석도 활용된다. 공사는 65세 이상 어르신의 일반적인 이용 패턴과 다른 '우대용 교통카드 부정사용자 추정 모델'을 만들어 단속하고 있다. 부정 사용자로 추정되는 카드의 일련번호와 현장 적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하철역과 시간대를 예측하고 있다.

공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장 적발을 해야만 부정 승차자를 처벌할 수 있어 단속 효율도 낮고, 역무원들이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카드에 대상자 사진을 첨부하거나 실물 카드 대신 관련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방법 등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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