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위반·불성실 경영 등 걸러낼 장치 없어
정부 지원금 노린 의도적 폐·창업 반복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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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동종업종 재창업 불인정 기간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이 정책자금이나 보조금을 노린 '무늬만 창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폐업한 지 1년이 지날 경우 별도의 절차 없이도 동종 업계에서 재창업해 창업기업에 제공되는 혜택을 또 다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가 시행령 개정 근거로 밝힌 '경험 기반 창업자의 재도전 확산'을 위한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성실경영 심층평가(창업인정트랙)'다. 이 트랙은 통과하면 동종 재창업을 해도 창업 기간 불인정 규제에서 자유롭다.
해당 트랙에서는 창업자가 기존 사업체를 운영할 때 법령 위반이 없었는지를 따져 1차 대상자를 걸러낸다. 이후 전문가 심사위원회에서 실패 원인 분석,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또는 신기술 도입 여부 등 기술·사업성을 심층 검토한다. 성실한 창업자가 실패를 딛고 '진짜 다르게 하는가'를 국가가 직접 검증하는 셈이다.
중기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이 같은 검증 장치 없이도 폐업 후 1년만 지나면 창업 기업으로 인정해 정부지원 대상 자격을 준다는 내용이다. 분식회계·고의부도·부당해고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폐업하고 1년만 기다리면 같은 업종, 같은 사업모델로 재창업해 '창업기업' 대접을 받는다.
업계에서 각종 정부 지원금을 노린 위장 창·폐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전 사업체에서 지원받은 정책자금을 모두 소진한 뒤 폐업하고, 1년 뒤 간판만 바꾼 뒤 다시 지원금을 신청하는 식이다. 사실상의 '중복 수혜'다.

중기부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 배경으로 '정부 지원 중복 수혜를 위한 의도적인 폐·창업 방지 취지와 신속한 재창업 유도라는 정책 목표의 균형'을 꼽았다. 이 같은 중복 수혜 가능성을 알고도 적절한 방지 장치를 갖추지 않은 셈이다.
한 민간 투자심사역은 "혈세로 지원한 정부 자금이나 민간 투자자금 모두 소진하고 망한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동일 업종으로 재등장해 또 국가 돈을 받아 가는 구조를 정부가 보장하는 셈"이라며 "성실하게 실패한 창업자를 돕겠다는 재도전 지원의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무늬만 창업'이 양산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혁신 동력으로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수차례 "창업은 AI 투입 등으로 사라지는 일자리 상실 등에 대응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혁신 동력'으로써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죽었다 살아나는' 창업기업 숫자 부풀리기는 '모두의 창업' 취지와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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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창업지원법 시행령 개정안은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다음달 26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받는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중기부가 예고한 대로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