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밭 엎고선 '열매 내놔라' 격"...20년간 서울 주택공급 봤더니

오상헌 기자
2025.10.26 13:57

(종합)오 시장 페이스북에 "부동산 정책기조 바꿔라" 직격 글
수요 억제 중심 정부 부동산 정책 겨냥 "집값 불쏘시개 역할"
오세훈 "전임 시장 10년간 정비사업 389곳, 43만호 해제돼"
"재초환 폐지 결단해야" 토론 제안, 정청래 대표는 즉시 거부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3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주택수요 억제 중심 부동산 정책 기조 전환을 거듭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공개 토론을 공식 제안했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을 잡으려면 수요 대책보다는 민간의 활력을 활용해 서울 도심 재건축·재건축을 촉진하는 공급 대책이 더 긴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페이스북에 글 "공급 구체성 없는 정부 대책이 집값 상승 불쏘시개"

오 시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서울 집값 상승과 관련해 "밭을 다 갈아엎어 놓고, 이제 와 열매 내놓으라고 할 자격이 있느냐"며 "주택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대책에 '공급 시그널'이 없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의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는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공급 대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오 시장은 먼저 지난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에 대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3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적절하지 않다'라고 답했는데 생애 첫 주택 구매가 상대적으로 많은 젊은 세대의 깊은 절망감이 느껴진다"고 썼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유일한 공급 대책이었던 '9.7 대책'마저 구체성이 떨어지니 그 실효성에 의구심이 생기고 공급에 대한 기대는 꺾였다"며 "정부 대책이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셈"이라고 직격했다.

오 시장은 "그런데도 여당은 생뚱맞게 오세훈 탓만 하며, 본질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10년 전 서울시 정비구역을 해제한 결과가 지금 어떤 상황을 초래했나. 이번 '10.15 대책'으로 가까스로 다시 시작된 정비사업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었나. 민주당이 정녕 몰라서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은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긴 과정이기에 '내가 뿌린 씨앗의 열매는 다음 시장 임기 때 열린다'라는 것이 상식이고 데이터가 입증하고 있다"며 "이명박 시장 때 지정된 정비구역이 오세훈 1기 때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오세훈 1기 때 뿌린 씨앗이 박원순 시장 때 열매를 맺었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제가 서울시를 떠나 있던 10년 간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밭 전체가 갈아 엎어져 있었다. 정비사업 389곳 43만호 이상이 해제된 사태를 보며 속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피눈물이 난다는 표현까지 썼던 것"이라고 했다.

자료=서울시
◇2006~2031년 서울서 37.9만호 착공..."오세훈 임기내 지정 비중 56.8%"

서울시가 이날 공개한 정비사업 착공 현황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처음 취임한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서울 정비사업 착공 물량은 모두 37만 9000호에 달한다. 이 중 오 시장의 임기(1기 2006~2011년, 2기 2021~2025년) 내 정비구역이 지정된 물량은 21만 5000호 규모다. 반면, 민주당 소속이었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2011~2020년)에는 3만 9000호가 지정됐다.

2006~2025년 착공 물량 중 오 시장 임기 내 지정 물량 비중(56.8%)이 고 박 전 시장 임기 내 비중(10.2%)의 5배가 넘는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달 29일 '신속통합기획 2.0' 가동 계획을 밝히면서 2031년까지 31만 호 착공, 2035년까지 37만 7000 호 준공을 목표로 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런 데이터를 근거로 "밭을 다 갈아엎어 놓고 이제 와 열매 내놓으라고 할 자격이 민주당에 있나"라며 "(2021년 다시 취임한 이후) 마른 땅에 다시 씨앗을 뿌렸고 불필요한 규제를 샅샅이 뒤져 걷어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고자 신속통합기획을 도입했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 결과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부의 10.15 대책으로 정비사업 조합원들에게 새로운 거래 규제, 대출 규제를 적용함으로써 이마저 불투명해져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주택 공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는 없다. 서울시는 포기하지 않겠다. 10.15 대책 대폭 수정을 비롯해 정비사업 촉진을 위해 규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과감한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며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에 부동산 정책 기조 수정과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 시장이) 정신적으로 힘들고 딱한 것은 알겠다. 특검 수사 받기도 힘들텐데 변호사와 수사 대비 토론에나 집중하시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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