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의 '광장' 독서, 실용진보 교육으로 이어지다[서평]

황예림 기자
2026.02.18 09:00

[이주의 MT문고-설날 특집]⑤

[편집자주] MT문고가 설날을 맞아 2030세대의 베스트셀러 4권을 소개합니다. 독서율이 줄고 있는 5060세대의 빈자리를 채운 2030세대는 단연 서점가의 '큰손'입니다. 지난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조사에서는 30대 여성이 전체 독서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어떤 책에 열광할까요? 머니투데이와 함께 읽어봅시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정근식, 교육감의 길’ 출판기념회에서 손뼉 치고 있다. 2026.02.07.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1970년대 대학가를 휩쓴 이른바 '운동권 필독서'를 다시 펼쳐든 이들이 있다. 50년 전 스무 살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그 독서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빚었는지 기록으로 남겼다. 실용진보 교육의 길을 걷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정 교육감은 지난 10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19명과 함께 '스무 살의 독서노트'를 펴냈다. 1976년 대학에 입학한 동년배 20명이 스무 살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그때와 지금의 생각을 비교해 쓴 책이다.

정 교육감이 선택한 작품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이다. 한국전쟁 포로 송환을 배경으로 분단 현실과 개인의 선택을 다룬 이 소설은 당시 청년 정근식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남과 북 어느 체제도 온전히 선택하지 않은 채 '중립국'을 택하는 주인공의 결말은, 정 교육감이 시골에서 성장하며 배운 역사 인식과는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던졌기 때문이다.

충격은 학문적 탐구로 이어졌다. "작가는 어떤 경험으로 이런 상상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품은 그는 2016년 거제도 포로수용소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후 브라질로 건너가 중립국을 선택했던 포로 출신 인사들을 직접 만나 증언을 들었다. 책 속 상상이 현실의 삶과 맞닿는 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중립국행을 택했던 이들의 삶은 그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남겼다. '밀실만 있고 광장은 없는' 자본주의도, '광장만 있고 밀실은 없는' 사회주의도 완전한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이다. 어느 한쪽의 선명성보다 균형과 현실을 중시하는 태도는 훗날 그가 강조한 실용진보 교육으로 가닿았다.

실제 정 교육감의 취임 이후 행보는 실용진보 교육으로 가는 길이었다. 정 교육감은 후보자 시절부터 기초학력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2024년 10·16 재보궐선거 당선 직후에는 1호 결재로 '서울학습진단성장센터' 설치를 결정했다. 기초학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학습진단성장센터는 현재 11개 교육지원청에서 운영 중이다. 올해는 정 교육감의 의지를 담아 해당 센터를 18개까지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스무 살의 독서노트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다. 한 권의 소설이 한 사람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흔들고 그 흔들림이 삶의 궤적과 정책 철학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에 가깝다. 정 교육감에게 광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질문으로 남아 있다.

1957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정 교육감은 남성중·전주고를 졸업한 뒤 재수해 서울대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서울 사당동에서 야학을 열어 중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여성과 젊은 노동자들을 가르쳤다. 이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사회 과거사 진상 규명에 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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