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들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지침 마련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학생들의 AI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표절·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제도적으로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6일 전국 140개 회원교 총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실시한 '2026 대학 총장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생성형AI 가이드라인 도입에 대한 관심은 1년6개월 새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AI 가이드라인은 교수·학생·교직원·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생성형AI 활용 범위와 유의사항을 안내하는 지침이다. 대교협은 2024년 6월 처음으로 관련 문항을 포함한 데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생성형AI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미 지침을 운영 중이거나 제정을 검토 중인 대학은 전체의 80%에 달했다. '적용하고 있다'는 응답과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각각 56개교로 집계됐으며, 두 항목을 합치면 112개교에 이른다. 반면 '마련하지 않았다'는 대학은 28개교(20%)에 그쳤다. 2024년 6월 조사 당시에는 131개교 중 30개교만 관련 규범을 채택했다고 답했다. 1년6개월 만에 채택 대학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가이드라인은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선제 도입되는 경향을 보였다. 사립대의 경우 109개교 중 48개교(44.0%)가 지침을 마련했다고 응답해, 국공립대(31개교 중 8개교·25.8%)보다 비율이 훨씬 높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 52개교 가운데 25개교(48.1%)가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나, 광역시(24%)와 도 단위(39.7%) 대학보다 앞섰다. 재학생 규모로 봐도 대규모 대학의 도입률은 46.3%(41개교 중 19개교)로, 소규모 대학(30.8%)과 비교해 높게 집계됐다.
지침의 핵심 내용으로는 '정보 보호 및 보안'이 가장 많이 포함됐다. 관련 규범을 마련한 56개교 중 45개교가 개인정보나 내부 자료를 생성형 AI에 입력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민감 정보 유출 우려가 큰 만큼 보안 항목을 최우선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 평가의 공정성 확보도 주요 관심사로 확인됐다. 생성형AI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56개교 가운데 32개교는 과제·보고서 작성 시 AI 활용 여부와 범위를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또 37개교는 표절 등 부정행위 지침을 명문화해,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표절이나 부정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교수에게 판별하도록 했다.
총장들은 '가이드라인을 어겼을 때 어떻게 조치할지'에 대한 기준 마련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이미 생성형AI 지침을 운영 중인 56개교 가운데 23개교는 위반 시 제재 방식이나 관련 지원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제·개정을 고민 중인 세부 검토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항목으로, 대학들이 사후 관리 체계 정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 평가 방식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환경에서 학생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우선 과제'를 묻자 가중치를 반영한 공동 1위로 '평가 기준 명확화'와 '과정 중심 평가'가 선정됐다. 이어 '대면 평가 확대'가 뒤를 이었다.
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대학 내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총장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업에서 AI를 활용한 과제를 어떻게 평가할지, 지침을 어겼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지 등에 대해 제도 정비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