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사람으로 살다 보니 정작 내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무 기능 없이 빛만 반사하는 미러볼의 무용한 반짝임이 오히려 큰 위로로 다가왔죠."
낮에는 대학 홍보팀장으로 일하고, 밤에는 조각을 이어 붙이는 작가. 치열한 'K직장인'의 일상에서 예술의 꽃을 피워낸 윤지선 작가가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안국동 57TH 갤러리에서 초대전 '나의 스마일미러볼-유용한 세상 속 무용한 반짝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성과와 효율, 즉 '쓸모'를 증명해야만 존재가 허락되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다정한 찬성표다.
작가의 페르소나인 '스마일 미러볼'은 프리다 칼로, 빈센트 반 고흐, 마이클 잭슨 등 누구나 아는 시대의 아이콘 위에서 유쾌하게 빛난다. 얼핏 화려하고 매끈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미 한 번 부서진 조각들이 모여 만든 구(球)다. 웃고 있지만 완전하지 않고, 어딘가 금이 간 균열의 흔적이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윤 작가는 "제가 그리는 인물들은 화려해 보이지만 저마다 균열과 고통을 안고 살아간 사람들"이라며 "영웅성을 강조하기보다 그 안의 불안과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통을 숨기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 긴 무명 시간을 견딘 고흐, 화려한 무대 뒤 불안정했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파편화된 작가 자신의 내면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20년 차 직장인과 작가라는 '투잡'(Two-job)의 삶은 녹록지 않다. 윤 작가는 "퇴근하면 에너지가 바닥나 쉴 시간도 부족하지만, 출근 전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고 퇴근 후엔 무조건 작업실로 향하는 루틴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보인으로서의 삶은 예술의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고민하는 낮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밤의 작업으로 이어진다"며 "일과 예술은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서로의 창의성을 밀어주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캔버스 앞에 앉게 만드는 원동력은 직업인으로서 뼈에 새겨진 '꾸준함'이다.
윤 작가는 "미러볼 조각을 이어 붙이는 과정은 흩어진 내면을 다시 맞추고 회복하는 시간"이라며 "20년간 쌓인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성실함 덕분에 첫 개인전 이후 1년도 안 돼 신작으로 초대전을 열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K직장인의 힘"이라고 웃어 보였다.
전시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그는 단 한 문장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나는 당신에게 찬성이다."
윤 작가는 "우리는 늘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며 살아가지만, 제 작품 앞에서만큼은 그러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각자의 상처와 균열을 안고도 충분히 빛날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