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급증한 가운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까지 시행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교섭 주도권이 사실상 노조에 넘어간 만큼 소송이 크게 늘어나고 쟁의 대상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날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의 파장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주요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 하청의 교섭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원청 교섭 쟁취를 위한 투쟁 선포대회를 대규모로 열고 세몰이에 나섰다. 민주노총의 하청노조 조합원은 총 13만7000명 수준이다.
일단 기업들은 노동계가 모든 키를 쥐게 됐다는 점에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후속 조치로 마련한 매뉴얼 등은 법원에서 인정받는 법적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가 이를 따르지 않고 소송으로 갈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더라도 노조가 마음에 안들면 얼마든 소송할 수 있다"며 "기업은 사실상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영역과 별개로 다른 요구사항이 의제로 나올 수 있어 교섭 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수 있다는 공포도 크다. 노동위원회가 산업안전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해 안전문제에 한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해도 실제 교섭에서는 지켜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안전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이와 함께 성과급 배분 문제, 단가 인상·복리후생 문제 등 원청이 해줄 수 없는 다른 주제를 노조가 들고 나올 수 있고 이 경우 교섭이 난항에 빠질 것"이라며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연일 쏟아지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전쟁,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중요한 때에 노란봉투법 시행은 노사관계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노사업무 담당자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 등 신속한 경영상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노동쟁의 대상 확대로 인해 기업 고유의 경영권 행사라고 할지라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분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노동계에 자제를 호소하면서 정부가 현장의 혼란을 최대한 막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8일 입장문에서 "최소한의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노동계는 원청기업과 단체교섭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거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는 자제해야 하고 교섭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며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교섭절차 매뉴얼에서 벗어나는 노동계의 교섭요구나 쟁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엄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