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존폐 기로서 사회정책 중심부로

황예림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3.23 04:00

원민경 장관 취임 6개월
임금공시·촉법소년 논제 주도
청년·노동 아우르며 역할 확장

존폐의 기로에 섰던 성평등가족부가 최근 사회정책의 중심 주체로 떠올랐다. 원민경 장관이 취임한 후 지난 6개월간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하향 숙의 등 굵직한 논제를 던지며 성평등부의 존재감을 키운 덕분이다.

청년세대의 젠더 갈등도 직접 살피며 성평등정책의 무게중심을 노동과 청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과거 여성가족부의 틀에서 벗어나는 전환의 초입을 다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원 장관은 22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최근 진행 중인 촉법소년 연령하향 논의에 대해 "범죄청소년에 대한 정책과 범죄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숙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극대화되는 현실 속에서 원 장관이 강조하는 것은 토론하는 문화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름을 정하는 데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방향에 대해 사회구성원들이 일상생활에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법무부가 주도해온 '촉법소년 연령하향안'에 원 장관이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동을 건 것도 그런 의미다.

원민경 장관 취임후 성평등가족부 정책 추진 현황/그래픽=윤선정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민간기업의 성별·고용형태별 임금실태를 공개하는 제도다. 특히 직종·직급별로 세분화해 같은 연차, 같은 일을 하는 경우 성별격차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성평등부는 원 장관이 취임한 뒤 해당 업무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이관받아 제도를 설계 중이다. 올해 상반기 내에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하고 하반기에는 공시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임금공시제가 시행되면 그간 가려졌던 성별 임금격차가 수치로 드러나면서 민간기업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처명을 '여성'에서 '성평등'으로 변경한 만큼 청년남성을 포함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된다. 국회에 계류 중이던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원 장관이 직접 발로 뛰어다닌 덕분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사실을 부인·왜곡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규정을 명시한 법이다. 역사왜곡 대응과 피해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상징성이 큰 성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한 현안에 '생리대지원책'을 발 빠르게 내놓기도 했다. 성평등부는 올 하반기에 공공시설에 무료자판기를 비치하는 방식으로 생리대를 무상지급하는 '공공생리대 드림'(가칭)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내년에는 전국 본사업 추진을 목표로 한다.

원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복지를 찾고 성평등·가족친화적인 일터환경도 조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