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종량제 충분하다"는데…"기저귀 어떻게 버려" 현장은 비명

정세진 기자
2026.03.31 16:39

마트·편의점 현장선 자율적으로 '1인 1장 구매' 제한-불안심리에 일부 사재기로 수급 불균형

중동사태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30일 서울시내 편의점에 종량제 봉투 구매갯수 제한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에서 한 살배기 딸을 키우는 이모씨(40)는 걱정이 앞선다. 하루에 5~6번 딸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탓에 20ℓ(리터) 종량제 봉투도 4~5일이면 가득 찬다. 근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었지만 종량제 봉투도 중동사태 이후로 구하기 어려워졌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는 75ℓ짜리 종량제 봉투만 남았다.

대통령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종량제 봉투 재고가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국민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작 마트와 편의점에서는 '1인 1매 구매 제한' 안내가 붙거나 재고가 동난 모습이다. 종량제 봉투 공급을 담당하는 지자체에서는 "공급에 문제가 없는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고는 충분함에도 일부 소비자의 불안 심리가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의 종량제 봉투 재고는 6790만장으로, 통상 4개월치를 확보했다. 서울시는 중동 사태 발생 후 종량제 봉투 공급을 담당하는 지자체의 수급 현황을 파악한 결과 공급 부족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도 종량제 봉투 수급에 이상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종량제 봉투 품절 사태와 관련해 "실제로 보면 재고가 충분하다"며 사재기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SNS(소셜미디어)에 "최악의 경우 종량제 봉투 대신 일반봉투 배출도 허용할 것이기 때문에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중동 사태 이후 종량제 봉투를 사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서대문구 대현동에 사는 오모씨(30)는 "출근할 때마다 집 근처 편의점 문 앞에 붙은 '종량제 없음' 안내가 그대로 인지 확인한다"며 "동네를 돌아다녀도 5ℓ짜리밖에 없다고 하고 대형 마트에서는 1인 1장씩만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거주지역을 설정해 활동이 가능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선 중동 사태이 후 서울지역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하는 글도 잇따른다/사진=당근마켓

거주지역을 설정해 활동이 가능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선 중동 사태 이후 서울지역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하는 글도 잇따른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근처 편의점 마트에는 75ℓ 밖에 없다" 등의 후기를 남기며 종량제 봉투가 남아 있는 편의점과 마트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를 마트와 편의점에 공급하는 지자체는 재고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원자재도 충분하고 원자재로 확보해 놓은 종량제 봉투도 자치구별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종량제 봉투는 편의점, 마트 등 종량제 봉투 판매점에서 구청 등 지자체에 발주하면 지자체가 공급하는 구조다.

성동구 관계자는 "중동사태 이후 종량제 봉투가 부족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발주량이 최대 5배까지 늘었다"며 "소수의 구매자가 대량 구매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판매소 자율적으로 판매량을 제한해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비닐을 만드는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산되며 생필품 품귀 현상을 우려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31일 경기 화성시의 한 마트에 종량제 봉투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화성=뉴스1) 김영운 기자

이 같은 국민들의 불안 심리에 서대문·은평·성동·동작구 등은 관내 주민에게 안내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알림톡 등을 이용해 '수급 상황 안정적으로 관리 중', '가격 인상 계획 없음' 등을 안내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구청을 믿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자치구별 종량제 봉투 판매량은 하루 평균 270만장으로 지난 3년간 하루 평균 판매량인 55만장의 4.9배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수요를 만들고 있다"며 "대형 폐기물 스티커처럼 종량제 봉투가 없으면 일반 비닐봉투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종량제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불안 심리를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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