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패널에 스프링클러도 없어…완도 화재가 삼킨 두 영웅

김승한 기자, 정인지 기자
2026.04.12 16:29

(종합)

[완도=뉴시스] 12일 오전 8시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냉동창고(3693㎡)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2026.04.12. photo@newsis.com /사진=

매년 화재로 소방관이 2명 이상 순직하는 가운데 올해도 전남 완도군 냉동창고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물류창고에 대한 안전기준은 강화되고 있지만 해당 건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차진입서 불길 급속도 확산...전원 대피 명령 내렸지만 2명 고립·사망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12일 오전 8시 25분경 전남 완도군 군외면의 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진화에 나섰으며, 오전 11시 1분 초진, 11시 23분 완진됐다. 이후 11시 34분 대응 단계는 해제됐다.

이번 화재로 총 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2명(구조대원 1명, 화재진압대원 1명)이 숨졌으며, 공장 관계자 1명은 경상을 입었다. 특히 완도소방서 구조대원 박모(44) 소방위는 1남 2녀를 둔 가장이었으며, 북평지역대 화재진압대원 노모(31) 소방사는 임용 3년 차로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대원 7명을 투입해 오전 8시 38분 1차 진입에 나섰고, 이후 연기가 계속되자 오전 8시 47분 같은 인원으로 2차 진입을 실시했다. 2차 진입 과정에서 내부에 쌓여 있던 에폭시와 우레탄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화염과 열기가 외부로 분출됐다. 당시 외부 지휘팀장은 무전으로 전원 대피를 지시했지만, 대원 2명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립, 끝내 숨졌다.

화재 원인은 공장 내 페인트 제거 작업 중 토치를 사용하던 과정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관계자 진술이 나온 상태다. 사고 건물은 2층짜리 콘크리트 구조였으나 내벽과 천장이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으로 마감돼 있어 불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특히 패널 구조가 물 침투를 막아 진압에 난항을 겪었으며, 밀폐된 구조 탓에 유증기가 축적돼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졌다. 해당 건물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어서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화재 소방관 순직 매년 2명 이상 발생
소방공무원 순직자 수/그래픽=김다나

화재에 따른 소방관 순직은 매년 발생 중이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부터 화재로 인한 순직은 △2021년 3명 △2022년 3명 △2023년 2명 △2024년 2명이다. 지난해에는 2002년 이후 최초로 현장 활동(화재·구조·구급) 중 순직자가 없었지만 지난해 11월 화재로 병원으로 이송된 소방관이 올해 3월 끝내 숨을 거뒀다. 올해는 완도 화재를 포함해 총 3명으로 사망자가 급증했다.

특히 창고는 화재에 취약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2년에도 평택 냉동창고 화재에 소방대원 3명이 잔불 정리를 위해 진입했으나 가연성 물질이 많아 불이 재발화하면서 참변을 당했다. 이후 화재 예방을 위해 대형 창고는 착공 시부터 소방안전관리자 배치를 의무화했지만 이번 사례처럼 기준 이하의 건물은 여전히 위험 지대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소방관 순직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매뉴얼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장 상황이 급박할수록 매뉴얼이 지켜지기 어려운 만큼, 인력 확충과 함께 드론·로봇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사전 상황 판단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수 대구가톨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매뉴얼 수준은 높아졌지만 현장에서는 급박한 상황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인력 확충과 드론·로봇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한 사전 위험 판단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지휘자의 판단 역량과 이를 존중하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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