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짓고 보자식 끝"…지방소멸기금, '인구 늘릴 사업'으로 개편

세종=김승한 기자
2026.04.14 12:00
/사진제공=행정안전부

매년 1조원 규모로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성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단순 시설 건립에서 벗어나 실제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는 방향이다.

행정안전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7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평가 및 배분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 도입 이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인구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설 건립 등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 편중되고 단년도 집행 구조로 장기 성과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투자 구조 전환이다. 일자리, 주거, 돌봄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회서비스 확대와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이 평가의 중심이 된다.

우선 이미 완공된 시설의 운영 성과와 실제 인구 유입 효과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투자를 차단한다. 지방정부에는 적정 사업 유형을 제시해 실효성 있는 사업 발굴도 지원할 계획이다.

기금 배분 방식도 바뀐다. 사회연대경제 조직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 여부를 평가에 반영하고, 햇빛 소득마을 등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사업에는 가점을 부여한다. 지역 내에서 소득과 일자리가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또 지방정부가 주민 의견과 현장 분석을 기반으로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사업을 설계하도록 유도한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상시 컨설팅과 간담회를 통해 정책 설계 역량을 지원할 방침이다.

사업 추진 방식도 단년도에서 다년도 체계로 전환된다. 집행률 기준 역시 연간 배분액 대비가 아닌 '사업 계획 대비 집행률'로 바뀌고, 필요에 따라 연도별 기금 배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평가 절차는 간소화된다. 서면 평가와 현장 점검 이후 발표 평가를 생략하고 질의응답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지방정부의 행정 부담을 줄인다.

이와 함께 '나눠주기식 배분'을 막기 위해 성과가 우수한 지역에 더 많은 기금을 배분하는 구조로 개편된다. 최저·최고 배분액 격차를 확대하고, 우수 지역 비중을 늘려 인센티브를 강화할 계획이다.

광역 지방정부의 역할도 확대된다. 기존 단순 재배분에서 벗어나 광역 단위 연계 사업 발굴과 기초 지자체 투자계획 지원, 지역 소멸 대응 과제 발굴 등 보다 적극적인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번 개편으로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 해결 중심의 다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고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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