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조원 규모로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성과에 따라 최대 2배까지 차등 배분되는 구조로 전면 개편된다. 단순 시설 건립에서 벗어나 실제 인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는 방향이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7년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평가 및 배분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 도입 이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인구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군호 행안부 균형발전국장은 "지역 주도의 대응을 지원하며 정주여건 개선과 지역 활력 제고 성과를 창출해왔다"며 "김제시는 폐양조장을 청년 창업·주거 공간으로 바꾸고, 단양군은 보건의료원 건립으로 1년 만에 약 3만명의 주민이 진료를 받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다만 시설 건립 등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 편중되고 단년도 집행 구조로 운영되면서 장기 성과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실집행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진혜 행안부 균형발전재정팀장(사무관)은 "기금 시작 첫해인 2022년 사업은 90~95% 집행된 반면, 지난해는 60% 수준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투자 구조 전환이다. 일자리·주거·돌봄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회서비스 확대와 정주 여건 개선 사업이 평가의 중심이 된다. 특히 그간 전체의 약 5% 수준에 불과했던 프로그램 사업 비중을 대폭 확대해, 반값 여행(페이백) 등 체류형·생활형 사업도 가능해진다.
이미 완공된 시설의 운영 성과와 실제 인구 유입 효과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투자를 차단한다. 동시에 제도·프로그램 운영에도 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활용 범위를 넓혔다.
기금 배분 방식도 바뀐다. 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연대경제형 사업을 평가에 반영해 지역 내 소득과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한다. 주민이 직접 문제를 정의하고 사업을 설계하는 방식도 강화된다.
사업 추진 방식도 단년도에서 벗어나 중기 관점으로 전환된다. 집행률 기준 역시 연간 배분액 대비가 아닌 '사업 계획 대비 집행률'로 바뀌고, 필요에 따라 연도별 기금 배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김 국장은 "그간 장기간 소요되는 기반시설 사업을 단년도 투자계획으로 평가·배분하면서 집행률이 저조하고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중기 투자계획에 따라 기금을 운용해 자율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광역지원계정 운영 방식도 개선된다. 기존처럼 기초지방정부에 단순 배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간 연계·협력 사업과 광역 단위 정주여건 개선 사업 등을 중심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배분 체계 역시 성과 중심으로 개편된다. 우수한 투자계획을 수립한 지역에 더 많은 재원을 배분하고, 최저 등급과 최고 등급 간 배분 격차를 확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특히 우수 지역에는 평균 배분액의 최대 2배까지, 부실 지역에는 절반 수준까지 차등 지원이 가능해진다.
평가 절차는 간소화된다. 서면 평가와 현장 점검 이후 발표 평가를 생략하고 질의응답으로 대체해 지방정부의 행정 부담을 줄인다.
행안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단순 예산 투입을 넘어 '사람이 모이고 머무는 지역'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방정부가 지역 문제 해결 중심의 다년도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고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