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학평 영어, 미국 대학생 수준"…수학 33%는 중3 난이도 넘었다

황예림 기자
2026.04.27 14:15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27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고1 3월 학력평가 수학·영어 영역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사진=황예림 기자

지난 3월 치러진 고등학교 1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학력평가)가 중학교 3학년까지의 교육과정을 넘어선 난이도로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어 영역의 가장 어려운 지문은 미국 대학교 1학년 문제 수준이었다는 지적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7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학년도 고1 3월 학력평가 수학·영어 영역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학력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주로 교사들이 출제한다. 올해 3월 학력평가는 전국 17개 시·도의 1948개교 고등학교 1·2·3학년 약 122만명이 치렀다.

사걱세의 분석에 따르면 수학 영역의 30개 문항 중 9개(33.3%) 문항이 중3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은 문항 중에는 '성취 기준'을 3개 이상 결합해 풀이 과정을 복잡하게 만든 문항이 4개 포함돼 있었다. 2023년 교육부가 공개한 수능 '킬러문항' 사례와 정확히 일치하는 유형으로, 당시 교육부는 이 같은 킬러문항을 수능에서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영어 영역의 경우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지문은 미국 고3이 푸는 수준으로 확인됐다. 중3 영어 교과서 4종의 최고 난이도는 미국 초6~중1이 풀 수 있는 정도로, 이번 학력평가와 비교할 때 최대 6개 학년의 난이도 격차가 있었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난이도 구간별 비중을 살펴보면 영어 영역 독해문항 28개 가운데 20문항인 71.43%가 미국 중2 이상의 난이도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문항이 중3 교과서 4종(전 단원) 난이도(미국 초3~중1 수준)를 훨씬 넘어섰다. 지문의 평균 난이도를 비교했을 때도 학력평가는 미국 중2, 중3 교과서는 4종 모두 미국 초5 수준으로 3개 학년의 차이가 있었다.

사걱세는 3월 학력평가의 난이도 조절 실패가 시험 점수에서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고1 3월 학력평가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영역 146점, 수학 영역 156점이었다. 역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았던 때 2020학년도로, 당시 표준점수는 149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려운 시험일수록 평균점수가 낮아지면서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진다. 학력평가 수학 영역의 평균점수는 43.31점으로 매우 낮았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 역시 평균점수가 56.80점으로, 1등급 비율이 4.38%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 1등급의 적정 비율을 6~10% 수준으로 본다. 역대급 불영어로 비판받았던 2026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은 3.11%로, 이번 학력평가와 비교하면 격차가 1.27%포인트(P)에 그친다.

사걱세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진 불수능과 킬러문항 출제로 수능은 학교 교육만으로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팽배한 상황"이라며 "고1 3월 학력평가가 고교 교육과정 이상의 수준이라는 인식을 주는 건 명백히 공교육의 자멸 행위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학력평가도 시험 범위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난이도에 대한 지적이 있는 만큼 (학력평가 개선에 대한) 내부 논의를 시작하려 한다"며 "다만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다같이 논의해야 해서 회의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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