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영유아 종일반학원을 제재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전국 미인가 국제학교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강력 대책을 내놨다. 시도교육청에 따라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미인가 국제학교'라는 형태의 모든 교육시설의 문을 닫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29일 인가·등록 없이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교육시설에 대해 법 위반사항을 충분히 고지하고, 시정되지 않을 경우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고발·수사의뢰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폐쇄 명령까지 진행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인가 없이 사실상 학교형태로 시설을 운영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제65조에서는 폐쇄 명령도 가능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었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미인가 교육시설이 폐쇄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통과함에 따라 향후 시행령을 마련해 폐쇄까지 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 발효시기인 내년 1월 이후 시행 주체인 시도교육청의 여건에 따라 폐쇄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학생 전학 등을 위한 유예기간을 얼마나 둘 지 등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통계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교육부는 미인가 국제학교를 포함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 전반에 대한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200여곳의 불법 시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국제학교 전문 조사기관인 ISC(인터내셔널 스쿨 컨설턴시)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영미권 교육기관은 총 159곳이다. 이중 정식 외국인학교와 국제학교 29곳을 제외하면 130곳이 비인가 국제학교로 추정된다. 재학생은 2만6000여명에 달한다.
국제학교가 교육부의 인가를 받으려면 설립 주체가 외국 학교 법인이어야 하고 학교 부지, 교사 채용 등의 조건이 까다롭다. 교육부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 가능한 시설은 등록 공고와 상담 등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전환이 가능한 학교는 극소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인가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주로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국내에서는 미인가 시설이더라도 미국, 캐나다 등의 학력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내 학력은 인정이 안되지만, 해외 대학 진학에는 문제가 없는 학교들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해외 인증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영어로 수업하며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모두 폐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도 2023년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하면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내에 미인가 국제학교가 많은 이유는 현재 인가된 국제학교 7곳 중 대부분은 제주도 등 지방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국제학교는 채드윅 송도가 유일하다.
반면 수요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에서 가장 많다. 가수이자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인 박진영은 에스아이이(SIE), 배우 한가인은 브리티시에듀케이션코리아(BEK), 이병헌·이민정 부부는 서울아카데미, 가수 백지영은 그레이스인터내셔널아카데미(GIA)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이런 교육 수요를 잡기 위해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하기도 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위를 얻은 곳은 교육부를 통하지 않아도 인가 국제학교 설립이 가능하다. 지자체가 직접 국제 학교를 운영할 해외 교육기관을 섭외하고 부지도 확보해 놓는 식이다.
인천 영종은 영국 위컴 애비를 선정해 2029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는 미국 애니라이트스쿨과 협약을 체결해 2030년에 개교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국제학교 설립이 거론되고 있다.
경기도 미인가 국제학교에 자녀를 취학시키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한국식 암기 수업이 아이의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향후 글로벌 진학을 희망해 학교를 선택했다"며 "실제 폐쇄로 이어진다면 학생과 학교 직원들까지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