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테이 주민들은 집이 아니라 단지에 들어서는 순간 안심된다고 말합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위스테이별내'. 위스테이별내 사업 기획을 맡은 사회적기업 '더함'의 김종빈 부대표(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 민간자문단 자문위원)는 지난 11일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491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신축 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관리사무소장을 '(동네)지기', 미화원을 '벼리(일이나 글의 뼈대를 뜻하는 순우리말)'라 부른다.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이웃이 있고, 주민들이 다양한 모임과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공동육아와 돌봄이 일상처럼 이뤄진다.
위스테이별내는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입주민들은 단순 임차인이 아니라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으로 공동체 운영에 참여한다. 김 부대표는 위스테이의 출발점으로 '관계의 회복'을 꼽았다. 그는 "한국 사회는 1인 가구 증가와 가족 규모 축소로 돌봄과 관계의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며 "주택 공급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공동체를 통해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위스테이별내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 간 관계망이다. 입주민들은 어린이집과 돌봄센터를 중심으로 공동육아 체계를 구축했고, 초등학생 대상 방과 후 돌봄도 운영하고 있다. 또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부모들 역시 육아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김동신 위스테이별내 관리소장(전 협동조합 이사)은 "3년 전 교사 집회로 학교 수업이 중단됐을 당시 주민들이 직접 하루 학교를 열었다"며 "출근하지 않는 부모들은 수업을 맡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는 등 맞벌이 가정의 돌봄 공백을 공동체가 함께 메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 조사에서 응답자의 71%는 '급할 때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이웃이 있다'고 답했고, 공동체 소속감을 느낀다는 응답은 63%에 달했다. 위스테이별내 입주민의 합계출산율은 1.73명으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김 부대표는 위스테이의 성과를 단순 출산율이나 공동체 활성화 수치만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개인이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늘어난다"며 "위스테이는 이웃 간 신뢰와 협력을 통해 돌봄과 안전, 일상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2020년 입주를 시작한 위스테이별내는 2028년 임대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다. 사업 구조상 임대사업 법인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되지만, 이후 공동체를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민 개별 분양과 일반 분양, 임대 연장, 협동조합 인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김 부대표는 "지금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라며 "주민들이 단순히 자산 가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충분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를 오래 유지하려면 좋은 이웃과 함께 오래 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사회주택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스테이별내의 실험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국 사회가 부족한 것은 집일까, 관계일까. 위스테이는 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그 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