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에 모자란 측면이 있었습니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30분가량 진행된 짧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눈높이'를 다섯 차례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권익위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결정을 해서 취임하자마자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화 TF를 꾸린다는 건 지금까지 권익위가 비정상이었다는 걸 전제로 한 게 아니겠느냐"며 "잘못한 부분은 정확히 짚고 가야 그동안의 잘못에서 벗어나 떳떳하게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권익위가 국민의 신뢰를 못 받은 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일하지 못해서다"라며 "앞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해야만 국민의 질책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F는 지난 3월16일부터 5월8일까지 54일간 운영됐다. TF는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권익위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한 신고를 접수받고도 법정 처리 기간인 60일을 넘겨 사건을 종결한 것을 두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탁금지법 시행 10년을 맞아 제도 손질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학생들이 청탁금지법에 걸릴 것을 우려해 스승의날에 교사에게 케이크를 선물하지 못한 사례를 거론하며 "국민 입장에서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제는 정말 정리할 때가 된 것 같고 조만간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조사권은 국민 기대에 맞게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국민 기대에 비해 권익위 조사권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러려면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저희가 원하는 것(권한)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정 위원원장은 특히 "조사권 강화와 관련해 관계부처 간에도 협의를 마쳐 어제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공공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피신고자 조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해당 개정안은 국회 문턱도 꼭 넘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5일 주진우 국민의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의계약 유착 의혹 조사를 의뢰한 것에 대해선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정 위원장은 "부패방지법에 보면 조사하는 것에 관한 제약 조항이 많이 있다"며 "감사나 수사가 시작되면 권익위는 조사 자체를 못해서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이 직장 내 음주 회식 강요와 갑질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선 "너무나 충격적이고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냐"라며 "갑질을 완전히 이 동네에서 뿌리 뽑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