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공지능(AI) 등 국가첨단기술 안보를 지키기 위해 새롭게 출범한 전문수사조직은 기술범죄 적발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수사의 전문성 극대화로 우리 기업들의 기술을 보다 탄탄히 보호해 우리나라가 초격차 기술강국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존 27명에 불과한 기술경찰 인력으로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기술유출범죄 수사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워 특단의 조치로 '기술범죄 대응 전담조직'을 신설,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며 이같은 기대감을 표했다.
이는 기술유출·탈취범죄가 갈수록 고도화됨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기존 인력으로는 사건처리가 장기화되는 등 대응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식재산처가 최근 마련한 '기술유출·탈취 대응제계 확대·개편 방안'에 따른 조치다.
첨단 기술유출 사건은 신설된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를 통해 전담트랙에서 집중·대응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27명이던 기술경찰 인력은 61명으로 확충됐다. 김 처장은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유출은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 나아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방어막과 안전장치를 더욱 공고히 해 우리 기업의 초격차 전략을 적극 뒷받침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지식재산처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주요 성과는?
▶국가정보원이 추산한 2020~2024년까지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는 105건, 피해규모는 25조원대로 파악된다. 기술유출 대상은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 핵심 산업부터 전투기, 잠수함 등 방위산업까지 망라돼 있다. 수법도 설계도 등 기술정보의 무단 반출, 인력 빼가기, 적대적 M&A(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다양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어 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지식재산처는 기술전문성과 수사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기술수사기관인 '기술경찰'을 통해 지난 1년간 총 334명의 기술유출 및 침해사범을 형사입건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작년 7월엔 2차전지 첨단기술 유출사범을 구속해 최소 10조원 이상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고, 배터리 시장의 게임체인저인 전고체전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외국인도 지난 2월 구속했다.
-지난달 새롭게 출범한 기술유출 전담조직의 역할은?
▶기존 영업비밀·특허·디자인이 같은 수사과에서 처리되던 구조를 전면 개편했다. 지식재산보호협력국내에 '지식재산보호분석과'와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 '지식재산보호기준팀' 3개과를 신설했다. 기술범죄 대응 전담조직을 기존 1개과에서 4개과로 확대했다. 정원 재배치 및 추가 특별사법경찰 지명을 통해 기술경찰도 27명에서 61명으로 늘렸다. 앞으로 국가핵심·첨단전략기술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고 입증 난이도가 높은 영업비밀 수사는 21명의 수사관을 배치하는 '기술유출특별사법경찰과'가 전담해 집중 대응한다.
지식재산보호분석과는 특허빅데이터를 통해 기술유출 고위험영역(핵심기술, 기관 등)을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기술보호·경제안보를 분석해 사전예방을 위한 시책 등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는다. 지식재산보호기준팀은 수사지침·강제수사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비·세분화해 수사 전 과정의 적법·공정·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해외 기술유출방지만으로도 연간 1조9000억원대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특허분쟁과 특허괴물(NPE)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대응 역량 및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 될 부분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특허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실례로 미국 내 우리 기업의 특허소송건은 2022년 103건에서 지난해 140건으로 늘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특허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소송경험·협상력·방어예산 부족 등으로 대응력이 매우 취약하다.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특허괴물의 공격에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 기업에게 특허괴물 동향을 분석, 관련 정보를 제공 중이다. 또 분쟁 대응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해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도 확대 중이다. 실제 지난해 275건·70억원이던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 건수 및 예산도 올해는 285건·73억2000만원으로 늘렸다.
-지식재산처 승격 출범 후 달라진 점은?
▶지난해 10월 특허청에서 지식재산처로 승격된 것은 지식재산을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국민주권정부의 의지를 담은 결정이다. 그동안 특허청이 심사·심판을 통해 지식재산을 창출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지식재산처는 법·제도 개선을 통한 지식재산의 보호는 물론 수익·사업화 등 활용부문까지 업무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처(處) 단위 기관으로서 범정부 지식재산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 그간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지식재산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 국가 차원에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노력 중이다. 지식재산처에 주어진 책무는 아이디어와 지식을 대한민국의 든든한 자산으로 만들어 국민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고 경제혁신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심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빠른 특허권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국민주권정부 출범 이후 지식재산처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초고속심사제도'를 도입했다. 효과는?
▶초고속심사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심사서비스를 제공해 우리 기업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글로벌 첨단기술 시장을 선점하도록 지원하고자 도입한 특단의 조치다. 특허 하나를 등록받으려면 평균 14.7개월(지난해 말 기준)이 걸리던 상황에서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신속한 특허 확보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잇따랐다.
빠른 특허확보는 기업의 시장선점 및 투자유치 등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특허심사 대기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식재산처는 1개월 만에 특허심사를 받을 수 있는 '초고속심사제도'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수출 관련 출원, 창업기업의 AI·바이오 분야 출원 등에 대해 연간 8000건 범위에서 지원하고 있다. 제도 시행 후 국내의 대표적인 이차전지 수출기업의 특허가 19일 만에 초고속심사 1호 특허로 등록되는 등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처의 심사역량과 기술 분야별 필요성을 검토해 순차적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