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출산·레즈비언 엄마...새로운 '가족' 형태, TV 속 모습도 달라졌다

비혼 출산·레즈비언 엄마...새로운 '가족' 형태, TV 속 모습도 달라졌다

이은 기자
2026.07.07 07:0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정을영 PD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 박정수와 조카 입양을 고백한 게이 방송인 홍석천, 정자 기증으로 비혼 '싱글맘'이 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사진=머니투데이 DB
정을영 PD와 사실혼 관계인 배우 박정수와 조카 입양을 고백한 게이 방송인 홍석천, 정자 기증으로 비혼 '싱글맘'이 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사진=머니투데이 DB

한국 TV 속 가족의 모습이 달라졌다. 삼대가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전통적인 가족 대신 1인 가구, 비혼, 입양 등 다양한 형태의 삶이 그려지고 있다.

13년째 장수 예능인 MBC '나 혼자 산다'는 홀로 사는 1인 가구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KBS2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결혼 없이 기증 정자로 아들 젠을 출산한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의 사연이 소개된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사회 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1인 가구는 821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남녀 61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동거도 결혼의 한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에 63.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긍정 응답도 2016년 대비 11.3%포인트 증가한 29.2%로 나타났다.

비혼 출산에 대한 수용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통계청 '2024년 사회조사'에서는 20~29세 응답자의 42.8%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10년 전(30.3%)보다 1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사실혼' 박정수, '조카 입양' 홍석천…확장되는 가족 형태
배우 박정수는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정을영 PD와 25년째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이유를 밝혔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배우 박정수는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정을영 PD와 25년째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이유를 밝혔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화면

방송은 혈연과 혼인 중심이었던 가족의 개념이 확장되는 사회 변화를 조명하고, 연예인들이 털어놓는 경험담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일상으로 끌어낸다.

배우 박정수는 지난달 22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정을영 PD와 25년째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이어온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결혼은 가족과 가족이 만나는 것 아니냐. 혹시라도 상대편 가족을 만나 부딪치게 될 일이 생기면 서로 감정이 상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방송인 홍석천은 "누나의 새출발을 위해 조카들을 자녀로 입양했다"며 아빠로서 조카이자 입양 딸 결혼 준비에 나선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TV조선 '조선의 사랑꾼' 방송 화면
방송인 홍석천은 "누나의 새출발을 위해 조카들을 자녀로 입양했다"며 아빠로서 조카이자 입양 딸 결혼 준비에 나선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TV조선 '조선의 사랑꾼' 방송 화면

방송인 홍석천은 지난 3월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 출연해 "누나의 새 출발을 위해 조카들을 자녀로 입양했다"고 고백하며 조카이자 입양 딸의 결혼 준비에 나선 모습을 공개했다.

세상을 떠난 동생의 두 자녀를 입양한 가수 양수경도 최근 '조선의 사랑꾼'을 통해 "딸은 시댁 식구들에게 사랑받으며 잘살고 있다"며 결혼한 조카이자 딸의 근황을 전했다.

딸 3명을 가슴으로 품은 배우 진태현·박시은 부부는 지난달 2일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 '성인 입양'을 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보육원 봉사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박다비다 양을 법적으로 입양했고 다른 두 딸과는 수양딸 관계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은 기존 방송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가족을 웹 예능 '이웃집 가족들'을 통해 한데 모아 선보였다.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조카를 입양한 게이 아빠 홍석천, 정자를 기증받아 딸을 낳은 레즈비언 엄마 김규진 씨 등이 출연해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KBS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이 선보인 웹 예능 '이웃집 가족들' 포스터. /사진=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
KBS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이 선보인 웹 예능 '이웃집 가족들' 포스터. /사진=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

이 콘텐츠는 저출생과 가족 다양성이라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현안을 공론화한 사례로 평가돼 세계 4대 방송 페스티벌로 꼽히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오리지널 디지털 창작상(Best Original Digital Creation)을 수상했다.

혈연·혼인 아닌 '관계' 중심의 가족…포용

과거 '파격'으로 여겨졌던 가족 형태는 이제 대중에게 점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사회 구조 변화와 가치관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한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가족'의 개념은 혈연과 혼인을 중심에서 관계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 역시 전통적이고 정형화된 가치관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가치관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혈연과 혼인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관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가족'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며 "혈연과 혼인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관에서 관계를 중심으로 한 가족관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윤 교수는 한국 사회가 가족 다양성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 데에는 방송과 미디어의 역할도 컸을 것이라 봤다. 그는 "유명인의 다양한 가족 형태가 방송을 통해 공개될수록 더 이상 숨겨야 하거나 금기시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관습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못했던 경우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있다"며 "이런 과정이 다양한 가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굳이 감출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행복이나 만족감이 사회적 시선보다 중시되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가족 형태 포괄"…성평등가족부, 제도 개선 나선다
지난달 9일 성평등가족부가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사진제공=성평등가족부
지난달 9일 성평등가족부가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사진제공=성평등가족부

가족 형태와 대중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법적·제도적 기준은 여전히 기존 가족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현실과 제도 간 간극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실제 가족 구조 변화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청사진을 내놨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9일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하고, '모든 가족을 포용하는 행복한 사회'를 국가 가족 정책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번 계획은 1인 가구 증가, 비친족 가구 확대 등 가족 구조 다변화를 전제로 기존 가족 중심 지원체계를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가족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다양한 가족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 가족정책을 확대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은 기자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연예 분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유